대구11.jpg

▲  한창수 대구 엠마오교회 목사(오른쪽)와 성도들이 1일 말씀을 암송하며 대구 팔공산로를 걷고 있다.


1일 대구 부인사 앞 팔공산로. ‘러브 대구(LOVE DAEGU)’ 문구가 적힌 티셔츠 차림의 엠마오교회 성도들이 줄지어 걷고 있었다.


연령대는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이날 오전 기온은 26도. 그나마 걸을 만했지만 11시가 되자 33도까지 치솟았다.


뜨거운 바람이 입안으로 훅 들어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아프리카처럼 더운 대구라는 의미의 유행어 ‘대프리카’가 빈말은 아니었다.


“자, 출애굽기 20장 말씀 시작! ‘하나님이 이 모든 말씀으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


한창수(49) 엠마오교회 목사의 지시에 따라 성도들은 출애굽기 20장 말씀을 줄줄 외웠다.


대구사랑걷기는 2006년 한 목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대구가 후손들이 잘 사는 건강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구약성경의 느헤미야처럼 성벽을 쌓는 마음으로 기도를 쌓자는 취지였다.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열리는데 지난달 30일 시작한 대구사랑걷기는 마침 사상 최고의 폭염기와 겹쳤다.


성도들은 더위에 아랑곳 않고 성경말씀을 암송하며 걸었다.


암송은 절수가 헷갈리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세면서 외웠다.


칠곡중학교에 다니는 박찬혁(15)군은 “10년째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면서 “덥긴 하지만 운동도 되고 대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온유(11)양도 “여기 안 나왔으면 방학이라 집에서 뒹굴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12년째 걷는 대구 외곽길은 총 108㎞다.


대구 칠곡에서 시작해 성서공단 반야월 팔공산을 거쳐 교회가 있는 칠곡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성도들은 폭염을 피해 아침 7시부터 정오,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행진했다.


하루 평균 30㎞를 걸으며 말씀을 암송하고 대구와 국가를 위해 기도했다.


1㎞를 걸을 때마다 1만원씩 다음세대를 위한 기부도 했다.


정일섭(51) 장로는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에 휴가를 내고 걷기에 동참했다”면서 “매년 걷다 보니 기술도 생기고 속도도 붙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로는 “쉽지 않지만 말씀 암송을 하면서 걸으면 오히려 힘이 난다”면서 “하나님이 함께하심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대구사랑걷기 초기 멤버인 김향숙(48·여) 집사도 “아이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첫해부터 아이들을 업고 걸었다”면서 “지금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고 웃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과 영국 트리니티신학교를 졸업한 한 목사는 말씀암송 목회로 2007년 교회를 개척하고 수년 만에 예배당 건물을 소유한 어엿한 자립교회를 일궜다.


전 세대가 함께 예배드리고 신앙 전수에 목숨을 건다는 입소문이 나자 예배 때마다 353㎡(107평) 교회당이 꽉 찼다.


한 목사는 “부모세대가 마음과 뜻을 다해 자녀세대에게 말씀을 가르친다면 하나님께서 그 자녀들을 분명히 책임져 주실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교회가 느헤미야의 마음으로 도시의 거룩함을 위해 말씀을 선포한다면 하나님께서 그 교회는 물론 도시까지 반드시 책임져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3박4일의 행진은 2일 오전 1시쯤 마무리됐다.

한국교계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