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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목사




멀리 있어 한적하고 호젓한 곳, 거창한 건물도 화려한 불빛도 없는 곳, 예수님은 그곳으로 가서 휴식하며 기도하셨지요.


시골이었습니다.


시골은 이기적이고 번잡하고 기계적인 도시에 대한 반대말입니다.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토방마루 같은 향수가 그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아버지의 집이 그곳에 있습니다.


봄날의 시골은 문만 열면 푸른 밥상이 펼쳐집니다.


산두릅 돌미나리 고사리 취나물 가죽나물 옻순 머위나물 돌나물 다래순이 구첩반상으로 펼쳐집니다.


시골은 애써 고기를 먹지 않아도 푸른 채소들로 생명의 기운이 충만합니다.
고기를 먹기 위해 다투지 않아도 푸르른 생명의 양식이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시골은 한낮의 뻐꾸기 소리와 초저녁의 개구리 소리, 소쩍새 소리가 고봉밥처럼 쌓입니다.


해가 뜨면 초록 나뭇잎 사이로 빗줄기같이 햇살이 내립니다.


어머니 치마폭 같은 둥구나무 속으로 바람이 응석을 부립니다.


어린 나뭇가지들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키득거리는 저녁, 하늘에 검은 주단이 깔리면 터진 자루에서 흘러내리듯 초저녁 별들이 깨알같이 쏟아집니다.


어둠이 깊어지면 별과 별 사이, 어둠의 심연에서 하나님의 옷자락 끌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짙은 눈썹을 가진 미인 같은, 신성한 어둠이 있습니다, 시골에는.

낮은 지붕들이 서로의 어깨를 깊숙이 묻고 있는 그 어드메쯤에 작은 십자가 하나가 ‘저요저요’ 하며 손을 든 어린 학생처럼 십자가를 들고 있는 마을, 그곳이 시골입니다.


늙고 가난한 사람들이 땀 냄새나는 일복 차림으로 낡은 성경책을 끼고 오는 예배당, 가난한 아버지가 갈라지고 터진 발꿈치를 세우고 거친 두 손을 투박하게 모으는 곳, 시골 작은 교회입니다.


늙으신 어머니가 평생을 낮은 시냇물 소리로 졸졸졸 기도하는 교회, 맑고 투명한 고독의 망토를 걸친 시골 목사가 어둠 속에 무릎 꿇고 절절 끓는 구들방 같은 가슴으로 기도하는 교회, 농사지은 첫 열매를 정성껏 드리는 성도들의 소박한 고백이 있는 교회, 몇 안 되는 노인들이 음정 박자 안 맞는 고음으로 찬송을 불러도 은혜가 넘치는 교회, 한글도 모르는 꼬부랑 할머니들이지만 진심으로 예배하는 교회, 시골 작은 교회입니다.


크고 화려한 건물, 세련된 인테리어, 노래 잘하는 성가대들이 없는 교회, 권력도 재력도 없는 순박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교회, 황홀하게 꽃을 피웠다가 홀씨를 다 날려 보내고 꽃대만 남은 민들레 같은 교회,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듯이 못난 사람들의 뿌리 깊은 믿음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교회, 시골 작은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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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교회는 작습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습니다. 


담벼락 아래 작고 보잘것없는 꽃을 피우고 진한 향기를 내는 찔레꽃 같은 교회, 시골 작은 교회입니다.


큰 것이 되기 위해 꿈꾸기보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사랑하며 서로에 대한 우애와 신망을 잃지 않는 교회, 할아버지가 베어온 소나무로 대들보를 얹고 아버지의 손으로 다듬은 서까래 위에 아들이 기와를 얹은 교회, 어머니들의 손때가 구석구석 쌓여있는 교회, 시골 작은 교회입니다.


삶에 지치고 위로가 필요할 때, 여우가 제 굴을 찾듯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시골 작은 교회가 있습니다.


지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맑은 영혼으로 돌아가고 싶은 안식처, 아직 우리에겐 시골 작은 교회가 남아있습니다.


<영동 물한계곡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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