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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맹골수도 해역. 침몰한 세월호의 선미 부분을 알리는 노란 부표를 중심으로 교계인사와 유가족을 태운 배가 모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날을 기억하는 성금요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고난의 현장에서 드리는 성금요일 기도회를 세월호 침몰 해상에서 드렸다. 

사고 1주기를 앞두고 찾아간 진도 앞바다에서 한국교회는 9명의 실종자 등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진실의 정의를 찾고 있는 세월호 현장에 부활의 영광이 임하길 기도했다. 

성금요일을 맞은 한국교회가 찾은 곳은 진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황용대 회장과 김영주 총무, 예장통합 이홍정 사무총장을 비롯한 교계인사 100여명이 다섯 척의 배를 나눠 탔다. 

한 시간여 달려 도착한 곳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점인 맹골수도 해역이다. 

사고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차갑고 검푸른 바다에는 ‘세월호’라고 적인 부표만이 침몰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304명이 희생되고, 세월호와 함께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남아있는 바다. 

사고지점을 마주한 기독인들은 한동안 말을 잊은 채 바다를 응시했고 함께 승선한 유족들은 고통과 그리움이 북받쳐 오른 듯 자녀를 앗아간 바다를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극한의 고통이 여전한 고난의 현장을 찾아온 기독인들은 예수님의 십자가고통을 되새기며 세월호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간구했다. 

장헌권 목사(광주 NCC)는 “마음이 찢어지고 상처와 아픔으로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들을 예수님 십자가 위에서 위로하고 다독여 주시길” 기도했다. 

또 1년이 되도록 세월호 증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회개하면서, 진리를 찾는 절망의 세월호 현장을 희망으로 바꿔나갈 것을 다짐했다. 

예장통합 이홍정 사무총장은 “배는 침몰했어도 승객은 모두 살아야했던 이 절망의 바다, 부정과 부조리, 비상식이 진실을 억누르는 세월호 현장이 우리 시대 갈릴리의 정점”이라면서 “우리가 세월호 희생자의 유가족이 되어 모든 생명이 풍성함을 누리는 새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고창석,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기독인들은 실종자 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쳤다. 고 임요한군의 엄마 김금자씨는 “얘들아 반드시 돌아와야 해. 기다릴게”라고 말하며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도했다. 

이들은 침몰 현장에 햐얀 국화와 노란 장미를 헌화하며 불의와 부조리로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고난주간을 맞은 한국교회는 300여명이 희생된 이 슬픔의 바다에서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그리스도 부활의 새벽이 이곳에도 임하길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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