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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단체의 후원을 받던 시절, 한국은 서구 후원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까. 

세이브더칠드런(이사장 김노보)은 원조 수혜국이었던 당시 한국의 모습을 영미권 후원자에게 소개한 책 ‘한국 마을에서 온 편지(A Letter From Korea Villages)’를 11일 공개했다. 

이 책은 세이브더칠드런과 유니세프가 1987년 함께 출간한 것으로 당시 세이브더칠드런 후원 지역인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현 여주시 산북면) 산북마을 주민들의 생활상과 후원 아동들의 모습을 담았다.

책은 72년부터 10년간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역개발사업에 참여해 보건·위생·소득 향상 및 교육기회 확대를 이룩한 산북마을의 현황과 어린이들의 삶 및 가치관을 그림 편지 형식으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87년 산북마을은 주민 2500여명 가운데 약 85%가 쌀·보리·감자·콩 등을 재배하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주민들은 ‘U’와 ‘L’ 모양의 주택에 살며 여성들은 개울가에서 빨래판과 방망이를 이용해 빨래했다. 

대부분의 집 마당에 빨랫줄, 농기구, 겨울 난방용 땔감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70년대 초와 비교하면 몰라보게 발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으로 전기와 전화, 우체국을 유치하고 서울행 버스도 개통했다. 

소 사육과 버섯 재배를 장려해 농가의 소득도 늘어났다. 

70년대 1인당 소득이 국가 평균에 미치지 못했던 이곳은 87년엔 이를 넘어섰다. 

주민들 가운데 냉장고를 구입하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었고 탁아소와 초등학교, 중학교 등 교육기관도 새로 생겼다. 

급속한 발전을 경험한 지역 어린이들의 삶과 가치관은 어땠을까. 세이브더칠드런은 당시 해외 후원자들이 궁금해 하던 몇 가지 질문을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장래희망으로 교사와 의사를 들었다. 

유엔 사무총장을 꿈으로 꼽은 아이도 한 명 있었다.

‘상대방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란 질문엔 사려 깊은 답변을 한 어린이들이 많았다.

 ‘기쁨은 나눌 때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눌 때 절반이 된다’와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 ‘어른에게 인사 잘하기’를 강조하는 등 ‘예의 바른 태도’가 타인에게 행복을 준다고 여겼다. 
‘100달러가 생긴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는 질문엔 ‘친척과 고아원에 나눠 준다’ ‘아픈 할머니의 약값에 쓴다’ ‘책이나 자전거를 산다’ 순으로 답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아프리카 지역의 후원 아동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하는 것처럼 30여년 전 해외 후원자들 역시 한국 후원 아동의 생활상 등을 궁금해 한다는 걸 알 수 있는 자료”라며 “산북마을은 물론 한국 전체가 발전한 것처럼 세계 120여 개국에도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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