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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익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오른쪽)가 27일 서울 마포구 희망재단 사무실에서 박노훈 

담임목사의 손을 잡고 이야기하고 있다.



27일 서울 마포구 희망재단 사무실. 이정익(71)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가 박노훈(47) 담임목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신촌성결교회는 2016년 5월 이 목사 후임으로 연세대 신약학 교수인 박 목사를 제5대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이 목사는 “주변에선 ‘학자가 목회 현장에 오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며 우려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박 목사가 빨리 적응하면서 교회를 안정시켰다. 겸손하게 교회를 잘 섬겨줘서 감사하다”고 웃었다.


박 목사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교수로 있다가 막상 목회 현장에 와 보니 학자 이상의 헌신과 연구, 섬김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체력이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교회가 구원사역과 사회적 책임을 균형감 있게 잘 감당해야 한다’며 옆에서 지도해주신 이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교회는 지난해 광고나 이력서 접수, 설교 시범 등 요란스러운 후임자 청빙 과정을 생략했다. 대신 평신도 중심의 청빙위원회를 꾸려 조심스럽게 후임자를 찾고 예의를 갖춰 박 목사를 청빙했다. 

이 목사는 청빙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박 목사는 부임 후 이 목사가 일군 목회시스템을 급격하게 바꾸지 않고 인격적 목회를 추구했다. 이 목사는 “후임 목사가 아무리 설교를 잘하거나 목회 경험이 많다 하더라도 그 마음 깊은 곳에 진지함과 순수함이 없다면 언젠가 문제는 발생하게 돼 있다”면서 “리더십 이양의 성패는 후임자가 얼마나 진실한가, 즉 성품과 인격에 달려있다”고 귀띔했다. 


이 목사는 박 목사의 업무 과중을 덜어주기 위해 매월 첫째 주 설교를 하고 있다.


 이 목사는 “나도 전임 목회자였던 고 정진경 목사님이 10년간 설교를 도와주셨기에 매달 한 번씩이라도 각 기관을 돌보고 직접 성도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서 “박 목사는 잘하기 때문에 2년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박 목사는 “목회 멘토이신 이 목사님의 기도와 도움이 큰 위로와 쉼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강단을 맡아 주셔야 한다”고 부탁했다. 


두 목회자는 다음 달 19일 교회에서 ‘다시 초심으로’라는 주제로 제37회 신촌포럼을 개최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역사적 교회적 의미를 고찰하기 위해서다.


이 목사는 “종교개혁자들이 종교개혁을 하면서 ‘오직 믿음’만을 외치다 보니 그만 행위를 등한시했다”면서 “그 결과 하나님과 인간의 수직적 관계는 좋았지만 실천이 부족해 이웃과의 수평적 관계가 소홀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여파로 개신교에서 성찬과 예전이 매우 약해지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포럼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목사도 “종교개혁은 교리개혁이면서 동시에 신앙개혁으로 나타나야 한다”면서 “신촌포럼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미래를 제시하는 학문적이고 신앙적인 명문 포럼이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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