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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플로렌스’가 처음엔 4등급이었다가 점차 1등급으로 줄어들었고 내륙에 상륙해서는 열대성 폭우로 변하여 그 세력이 약화된 것은 다행이었으나 그래도 기록적인 강수량 때문에 피해가 대단하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


노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170만 명이 대피했고 사망자도 12일 현재 17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루속히 피해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허리케인 상륙을 앞두고 버지니아 비치에 있는 리젠트 대학교의 팻 로벗슨 목사는 지난주 예배 중에 모든 성도들을 불러 일으켜 세운 뒤 그들과 함께 대서양을 향해 손을 들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허리케인은 대서양 밖으로 물러가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버지니아 비치는 도시 이름이고 리젠트 대학교는 이 도시에 있는 기독교 종합대학으로서 유명한 팻 로벗슨 목사가 세운 대학이다.


1977년 시작할 때는 다른 이름이었다가 나중에 리젠트 대학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대학과 함께 기독교 방송 CBN은 따로 운영되고 있다.


이 방송국도 로벗슨 목사 것이다.


리젠트 대학교와 CBN은 미국 기독교 보수주의의 보루이자 아지트라고 할 수 있다.


버지니아 비치에 허리케인이 들이닥쳐 대학과 방송국이 쑥대밭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로벗슨 목사의 불안감은 대단했을 것이다.


허리케인 예상 진로의 한복판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걱정되는 피해 영향권이었다.
그러니 로벗슨 목사는 예배 중에 간절한 심정으로 기도했다.


"주님, 허리케인이 오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리젠트 대학이나 CBN의 피해도 원치 않습니다. 아름다운 캠퍼스가 파괴되고 수많은 나무들이 쓰러져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기도하던 로벗슨 목사는 회중을 향해 대서양 쪽으로 함께 손을 들라고 말한 뒤 "허리케인 플로렌스, 예수님의 이름으로 우리가 명령하노니 아무 사고를 내지 말고 대서양으로 물러가라. 내륙으로 이동하지 말고 바다에서 북상하라. 주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바다로 사라져라. 죄 없는 이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말라" 고 명령했다고 한다.


크리스천 포스트에서 읽은 기사 내용이다.


우리 대부분은 예수님이 직접 가러쳐 주신 기도 샘플, ‘주기도문’을 신앙생활의 금과옥조처럼 받들며 상용하고 있다.


또 전능하신 하나님께 감히 죄송하고 부족하여 언제나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로 기도생활을 한다.


그런데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하노니" 란 말은 어색하고 또 두려울 때도 있다.
허리케인에게 예수님의 이름을 빌어 명령을 한다?


예수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 남발을 해도 되는가란 두려움이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에게 베드로는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고 말했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사건이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내게 금과 은이 없고 오직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뿐이어서 기적이 일어난 것일까?


오늘날에도 이 명령이 그대로 적용되려면 금과 은이 없어야 된다는 말도 된다.


더구나 예수의 이름으로 명령하면 앉은뱅이가 벌떡 일어나던 그때의 기적처럼 지금도 허리케인의 진로까지 바꿀 수 있는 기적은 가능한 것일까?


오래전 한 치유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되든 안 되든 예수님의 이름으로 내 뱉으라는 식이었다.


그러면 4-5대에 걸쳐 가계를 통해 내려오는 저주도 한 번의 명령으로 끊어 낼 수 있고 정신병자인지 마귀환자인지 구분이 잘 되는 아리까리한 상황에서도 그냥 예수님의 이름으로 호통을 치면 마귀가 물러간다고 가르쳤다.


맞는 가르침인가?


마귀를 쫓아내는 대적기도에서 특히"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는 단골손님이다.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탄아, 물러가라"고 명령한다.


그럼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내 몸 안에 있는 세균은 물러가라", 여름이면 기승을 부리는 캘리포니아 산불현장에서 "산불은 잽싸게 꺼질지어다", 가난한 집에 심방 가서 "가난을 불러오는 마귀는 이 집에서 떠날지어다" 라고 명령을 하면 암병 환자가 치료되고 산불은 금방 진화되고 가난한 집에 현금보따리가 굴러 오는가?


안 일어나면 "아니면 말고"식으로 덮어 버린다해도 결과는 '예수님 이름 모욕주기' 인 셈이다.


너무 예수님의 이름을 놓고 요술방망이처럼 오두방정을 떠는 것도 문제고 진정 모든 권세를 쥐고 계신 그 분에 대한 온전한 믿음도 없이 안 맞으면 말고 식으로 예수님의 이름이 남용되는 것도 경솔하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하는 목사님들은 팻 로벗슨과 같이 위대한 목사님이나 하실 수 있고 나 같은 사람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으로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하면 오산인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했다가 뭔가 일어나면 기고만장, 안 일어나면 패가망신인데 예수님 이름이 이렇게 로또처럼 팔려 다녀도 되는 것일까?


팻 로벗슨의 명령 때문에 플로렌스가 대서양으로 쫓겨 가지는 않았다.
 예상 진로를 따라 자연의 순리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했을지라도 결과는 꽝이었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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