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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잔인한 달이다.


8월에 밝혀진 가톨릭 교회의 아동성추행 사건 때문에?


그렇다.


그건 잔인한 일이다.


지난주 펜실베니아주 사법 당국은 주내 6개 가톨릭 교구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 사건을 지난 2년간 조사한 끝에 300명이 넘는 성직자들이 1940년부터 약 70여년에 걸쳐 1천 명이 넘는 아동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미국이 발칵 뒤집어 졌다.


가톨릭 교회가 조직적으로 이같은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도 폭로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랴부랴 불끄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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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끄기가 아니라 우선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하느님의 백성들’을 수신인으로 하여 공개된 교황의 서신은 12억 명에 달하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피해자들의 고통이 오랫동안 방치되고 묵살되었다며 용서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아동 성학대 문제로 교황이 용서의 서한을 발표한 것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8월이 잔인한 이유는 또 있다.


8월 24일은 기독교 역사상 가장 잔인한 날이다.


그날부터 약 3개월간에 걸쳐 개신교인 3만 내지 7만여 명이 잔인하게 학살을 당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1572년에 일어난 이 사건을 우리는 ‘성 바돌로매 축일의 대학살(St. Bartholomew's Day Massacre)’이라고 부른다.


바돌로매는 예수님의 12제자 중 한명이었다.


그 바돌로매를 기리는 성 바돌로매 축일에 가톨릭교회는 프랑스의 칼뱅파 개신교인 위그노들을 집단으로 학살해 버렸다.


파리의 세느강이 위그노들이 흘린 피로 피바다를 이루고 시체는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전해지는 잔인한 사건이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기념일이 1517년이니까 그로부터 약 50여년 후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루터가 종교개혁 1세대라면 칼뱅은 2세대 주자였다.


프랑스가 고향인 칼뱅은 교회개혁을 위하여 조국을 떠나 스위스에 둥지를 틀었다.
가톨릭교회가 그를 못살게 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칼뱅을 따르는 추종자들은 전통적인 가톨릭국가였던 프랑스에서 점점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었다.


돈을 엄청 벌어라, 그러나 그 돈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라면서 악착같이 돈 버는 일에 교리적 면죄부를 부여받은 프랑스의 상공인들은 전통적인 귀족계층을 위협하는 신흥귀족들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가톨릭교회와 귀족들, 그리고 잘사는 브르조아 계층의 칼뱅추종자들인 위그노들과 끈질긴 대립이 이어지던 끝에 이같은 대학살극이 벌어진 것이다.
신교에 대해 구교가 저지른 대 학살극.
얼마나 끔찍했으면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상복을 입고 위그노들의 죽음을 애도했고 칼뱅의 도시였던 스위스 제네바는 아예 금식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터지자 교황청은 이 학살의 날을 축하하기 위하여 ‘하느님께 찬양’이란 뜻의 ‘떼 데움(Te Deum)’이란 성가를 부르도록 명령했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3일간 불을 끄지 않고 축제를 벌였다고 하니 아이고, 종교의 이름을 팔아 인간이 이토록 잔인해 질수 있단 말인가?


당시의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이같은 학살에 신이 나서 ‘위그노 학살 기념주화’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학살에 충격을 받은 위그노들은 프랑스를 등지고 스위스로 가서 시계산업을 일으켜 스위스를 먹여 살렸고 영국으로 간 개신교인들은 산업혁명의 기수가 되어 영국을 먹여 살렸다.


프랑스 경제를 떠받치던 위그노들의 대탈출로 프랑스 경제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배고파진 민중들은 그 후 바스티유 감옥을 쳐부수며 마침내 역사적인 프랑스 대혁명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가톨릭교회는 이 학살사건은 자신들이 저지른 게 아니라고 오리발 작전으로 일관해 왔다.


교황청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온 것이다.


그러나 1997년에 이르러 그 성 바돌로매 축일 바로 하루 전날인 8월 23일 돌아가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드디어 이를 인정하고 나온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분명하게 개입되었고 이에 용서를 구한한다고 말한 것이다.


사제들의 아동성폭력을 용서해 달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신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위그노 대학살사건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는 일도 8월에 일어난 일들이다.


그 용서를 구하는 일 배후에서 벌어진 참혹한 역사적 사실들로 인하여 8월은 잔인한 달이 아닌가?
그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가톨릭교회 큰 어른들의 겸손함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긍휼이 그 참혹한 역사의 피해자들에게 임하여 주시기를. .


그리고 옛날을 거울삼아 이제는 치유와 화해의 새싹이 구교와 신교사이에도 파릇파릇 돋아 오르기를 기도하자.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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