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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목사님, 은퇴하시면 뭐하실 겁니까?"


예전에 이미 소유했던 재산을 모두 교회에 헌납하고도 우리 교회에서 가장 많은 헌금을 하는 박기서 목사님은, 은퇴 후에 받는다는 전별금도 없고 집도 한 채 없다.


목사님은 목회 사례비를 거의 헌금으로 내놓으시고, 현재 10여 평 남짓한 빌라에서 전세로 살고 계시다.


부천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원미동에 있는 교회는 어렵게 생활하는 성도들이 많아서 재정이 늘 빠듯하기만 하니, 목사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은퇴 후 말년을 어떻게 보내실까? 집이라도 마련해 드려야 할 텐데'


나는 목사님의 노후 걱정을 하는 편이지만, 정작 목사님 자신은 아무 걱정이 없어 보인다.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까지 살아왔듯이 나머지 삶도 그와 다름이 없다고 고백하신다.


하나님이 모든것을 책임져 주신다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믿음으로 살아가신다.


목사님은 목사님 믿음대로 살아가실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지만, 은퇴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목사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내가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곤 한다.


칠순이 다 된 목사님에게 예비된 순례의 길이 무엇이든 목사님과 동행할 수 있기를 꿈꾼다.


내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목사님과의 추억이 묻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어릴적 내가 다니던 종교교회는 우리 집에서 10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동네 아이들 대부분이 종교교회에 다녔고, 나 역시 아이들과 한 무리가 되어 교회에 갔다.


그러한 아이들 중 하나였을 나를 깊은 애정으로 보살펴준 분은 당시 주일학교 선생님이었던 박기서 목사님이었다.


나는 말을 걸기 전에 말하는 법이 없었고, 살짝 웃어 보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던 아이였다.


그런 내게 먼저 다가온 분이 박기서 목사님이다.


나의 유년시절에 가난한 가정 형편을 보고 우리 집에 쌀을 사다 주고, 교회 어른들을 설득해서 종교교회 역사상 최초로 장학금을 내게 주신분도 박기서 목사님이었다.


중학생 때 과로와 영양부족으로 마비가 된 내 다리를 기도로 고쳐준 분도 목사님이었다.


목사님은 나의 주일학교 교사이자 아버지와 다름없는 분이었고, 그렇게 힘들게 유년시절을 보낸 나에게 언제나 다정다감하게 위로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어릴 적 내게 성령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교회학교 어린이부 시절에 우리는 목사님이 인도한 어린이 부흥회에서 하도 많이 기도해서 부흥회 때마다 목이 쉬는 게 다반사였다.


새벽기도를 어린 시절부터 할 수 있도록 인도한 분도 박기서 목사님이다.


주일학교 선생님이었던 박기서 목사님을 내 나이 아홉 살에 만나 지금까지 마흔여섯 해를 함께하고 있다.


삶의 영적 멘토이자 카운셀러인 목사님을 가까이 두고 사는 일은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가.
내게 독수리의 비전을 전해주고 불가능해 보이는 CBS 사장직에 오를 때까지 굳건한 믿음과 지도로 이끌어 준 목사님과 함께 생을 마치는 날까지 함께하는 일은 즐거울 것이다.


나 또한 CBS 직원들에게 그런 좋은 멘토가 되기를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62년전 한국전쟁으로 황무해진 땅에 미국 선교사를 통해 시대의 양심을 대변하는 언론기관으로 세워진 CBS, 그리고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는 선교기관으로서 CBS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CBS 직원들과 그 사명을 잘 감당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우리 앞에 광야가 놓여있을지라도 그 광야가 바로 하나님을 만날 곳이자 하늘에서 주시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감사함으로 받을 때이며, 그 광야를 지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함께 보고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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