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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커피는 내 입맛이 아니다.


내 수준엔 맥도날드의 시니어 커피가 딱 제격이다.
달랑 1달러만 줘도 거스름돈을 돌려받는다.


그게 귀찮으면 지갑에서 크레딧 카드를 꺼내 단말기에 슬쩍 찔러주면 단칼에 해결이다.
좀 찐하다 싶으면 뜨거운 물 한 컵을 주문한다. 그건 공짜다.


그런데 스타벅스에 가면 긴 줄에 숨어서 청승맞게 서 있는 것도 그렇고 관공서도 아닌데 이름까지 물어보고 난리를 친다.


맥도날드에선 주문 번호표를 주지만 스타벅스에선 꼭 이름을 묻는다. 이것도 상술인가?
그러나 내 고상한 이름 석자를 아무데나 흘리고 다니고 싶지는 않다. 더구나 나의 퍼스트네임을 ‘명환’이라고 말해주면 그걸 알아먹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냥 명(Myung)이라고 말하면 컵에 써서 나오는 내 이름은 멍(Mung), 고집불통 창녕 조씨 가문인 것은 당연히 알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알아듣기 쉬우라고 조(Cho)라고 말하면 Joe라고 써준다.
Joe에다 GI를 붙이면 미군병사가 되고 조셉의 애칭을 Joe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보통 ‘형씨’로 통하는 말이 Joe라는 말이다.


커피 한잔 사먹으려다 내 이름이 보통 고생을 하는 게 아니다.


커피 한잔 오더하는 그 복잡한 절차가 내 속을 뒤집을 때가 많아서 스타벅스는 노땡큐다.
그래서 난 죽으나 사나 맥도날드 커피다.


근데 스타벅스 기피 이유는 또 있다. 가격 때문이다.


보통 커피 한잔 값이 짜장면 한 그릇과 거의 맞먹는다.
난 돈이 아까워서도 안간다.


그런데 맥도날드를 옆에 두고 왜 스타벅스에 가서 돈을 버리며 멍청한 짓을 하느냐고 흉을 보고 싶을 때가 있지만 난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스타벅스에 대한 그런 촌스러운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유럽 어느 곳에 가던지 스타벅스는 있다.


종교개혁 발상지 여행단을 이끌고 매년 체코에 갈 때 난 프라하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 점을 빼놓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유럽에선 어딜 가던지 공중화장실에서 돈을 받는다.


참 인심 야박하다는 말이 나올법하다. 그러나 또 그 쪽에서도 할 말은 있다. 늘 깨끗한 공중화장실은 그 만한 대가를 지불할 때 유지된다는 이론이다.


또 하나는 화장실 청소를 해서라도 직업을 유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차원이라는 말도 한다.


그러나 호주머니엔 달러화 혹은 유로화 고액권을 고깃고깃 깊은 곳에 보관하고 다니는 여행자들이 동전을 바꾸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가격도 잘 모르는 물건을 억지춘향으로 구매해야 하는 일은 참으로 불편한 일중의 하나다.


그런데 스타벅스에 가면 화장실이 공짜다.



과연 미국기업답다. 그래서 그곳은 내 단골이 되었다.


프라하 구 시청 앞 광장, 매 시간마다 정시가 되면 예수님의 12사도가 닭 우는 소리와 함께 등장하여 뺑뺑 돌아가는 그 유명한 프라하의 천문 시계탑 맞은편에 스타벅스가 있다.
미국에서 온 우리는 그곳에 공짜 화장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스타벅스 간판을 보기만 해도 안도감이 생긴다. 고향집을 찾은 기분이다.


그런데 프라하는 우리들의 긴 유럽 여행 마지막 날이기에 대개 한나절 정도의 자유시간을 준다. 그럼 체코 기념품 제1호인 보헤미안 크리스털이나 가넷 석류석이 즐비한 선물가게 골목으로 가는 게 아니라 대부분은 스타벅스에 죽 치고 앉아있기가 일쑤다.


거의 3~4시간을 여행객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어도 아무 눈치를 주지 않는 친절한 스타벅스, 화장실도 공짜에 자릿세를 요구하지 않는 이런 가게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커피를 더 마시라고 강요하는 법도 없다.


정말 신사적인 스타벅스.


그러니까 제품을 팔아서 이문을 남기겠다는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넉넉한 공간을 제공해 주겠다는 아이디어를 기업이념으로 삼고 시작한 커피장사. . .


그게 사람들의 마음에 적중하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혼자 사는 싱글족이나 독거노인들이 계속 늘어나는 우리 사회속에서 혼자가 전혀 불편하거나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는 공간. . . 와이파이 빵빵하게 터지고 벽에 사시꼬미도 많아서 셀폰을 충전해서 카톡을 주고받기에 안성맞춤인 곳. . 노트북이나 셀 폰 하나만으로도 하루종일 즐거운 공간. . . 그래서 스타벅스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나 보다.


스타벅스는 세계 어느 곳에나 있다.


현재 65개국에 2만 3천여 개의 매점을 운영하고 있으니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커피 전문점이다.
그런데 놀라운 게 있다.


한국 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도 무려 1,180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게 있다. 현재 인구 900여만 명인 서울의 스타벅스 매장수가 460여개인데 이는 미국 맨하탄을 포함한 인구 800만 명의 뉴욕 시 전체의 매장수 361개보다 100개가 더 많다는 것이다.
뉴욕시보다 더 많은 스타벅스가 서울시에? 믿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은 스타벅스 천국이다. 결국 스타벅스는 한국에서 돈을 바가지를 쓸어 오는 셈이다.
1971년 시애틀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의 하워드 슐츠가 회장으로 일하면서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그는 동성연애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라 복음주의 권에선 은근히 미움을 사고 있지만 그의 장사철학으로 스타벅스가 대박을 터트린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사람을 꼬이게 하는데 그런 천재적인 철학이라면 이걸 우리들의 교회에다 적용하여 써 먹을 수 있는 건 어디 없을까?


주문한 종이 컵에 이름을 적어주고, 혼자라도 너무 자유로운 공간, 왼 종일을 죽치고 있어도 눈치한번 주지 않는 너그러운 상술,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비즈니스 전략 등을 벤치마킹 할 수 있다면 무슨 그려지는 그림이 있을 성 싶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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