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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에 오는 7월부터 한식당이 오픈한다고 한다.


한국일보 본국 판에 지난주 소개된 기사를 읽어보니 문을 여는 한식당 사장은 금년 71세의 김봉자 씨.


이스라엘 안과의사와 결혼해서 유대교로 개종했다고 한다.


어릴 적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왔다가 미국서 유대인 남편을 만나 20여년 전 이스라엘에 정착한 미주 교포출신이다.


지금도 미국과 이스라엘 2개국 국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매일 성지순례객들로 북적대는 예루살렘 올드시티에 오픈하는 한식당 이름은 ‘서울하우스.’
금년 10월 성지순례단과 함께 예루살렘에 가면 나도 당연히 찾아가야 할 그 식당을 상상만 해도 지금부터 기분이 좋다.


요즘엔 성지순례나 해외여행을 나갈 때 라면이나 김치를 챙기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다.
몇 년 전만 해도 2인용 전기밥솥에 쌀과 고추장을 챙겨 짐을 싸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여행 중에 유명한 현지식을 찾는 분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한식이 좋다.


예루살렘에 한식당이 여러번 오픈하기는 했지만 수지타산이 안 맞아 그랬는지 지금은 없다.
지금으로서는 서울 하우스가 유일한 셈이다.


지난 2월 이스라엘 성지순례 때는 한국인 현지 가이드가 서울에서 공수해 먹는 반찬거리로 집에서 도시락을 만들어 우리에게 한 끼를 제공했다. 브엘세바 평원의 국립공원 야외 테이블에 앉아 먹었던 그 점심도시락의 맛은 오래오래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꿀맛이었다.


아마 예루살렘 한식당도 그런 꿀맛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장님의 말에 의하면 한국 전통가옥 형태로 꾸민 서울하우스의 메뉴는 비빔밥과 된장찌개, 순두부, 쌈밥, 김밥 등이라고 한다. 된장과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등은 모두 경북 성주에서 공수되고 식당 옆에는 쌈밥용 야채를 재배하는 텃밭도 만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개업했던 한식당들이 코셔인증을 받지 못해 현지인들이 외면해 온 것을 보고 지난 10년 동안 코셔인증을 받기 위해 뛰어다니다 드디어 인증을 받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코셔(kosher)?  우리도 많이 들어본 말이다. 할랄(halal)이란 말도 많이 들었다.


코셔란 유대교 율법에 따라, 할랄은 이슬람 율법, 즉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만든 음식이다.


그러니까 코셔는 유대교, 할랄은 무슬림 음식이다. 코셔란 '허용된', '적정한' 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코셔인증이란 유대교 율법에 적정한 음식으로 판단을 받아 검사필 도장을 받았다는 의미인데 미국에서 판매되는 식품가운데 코셔마크가 붙어 있는 게 13%에 달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그럼 코셔가 금하고 있는 음식, 그러니까 구약의 토라에서 말씀하고 있는 정결한 음식, 부정한 음식은 무엇인가?


우선 육류에서는 되새김질을 하는 4개의 위를 가진 짐승의 고기만 코셔식품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소고기다.


대표적으로 못 먹는 건 돼지고기. 불결한 짐승 대표주자인 돼지는 밥통이 하나다.


그러니까 서울하우스에 가더라도 돼지족발, 삼겹살에 상추 쌈 같은 메뉴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또 비늘이나 지느러미가 없는 바닷물고기는 코셔 식품이 될 수 없다. 낙지, 새우, 오징어 등등이 여기에 속한다.


조기, 락카드, 레드스내퍼 등은 코셔 식품으로 요리할 수 있다.


물고기의 귀족답게 비늘 뿐 만 아니라 날카로운 지느러미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니까 낙지볶음이나 새우 혹은 오징어 튀김?


그건 한국 방문했을 때 골목 리어카 식당에서나 맛보고 예루살렘에 가서 찾을 메뉴가 아니다.


또 치즈버거는 코셔식품이 될 수 없다. 예루살렘에도 맥도날드는 있다. 맥도날드란 말 옆에는 ‘코셔’란 글자도 함께 붙어 있다. 이 말은 우리에겐 치즈버거가 없다는 뜻이다.


왜? 율법에는 유제품과 고기를 함께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패티 위에 치즈를 올린 치즈버거도, 고기 토핑과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피자도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금지한 규정이 출애굽기에 나와 있는데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지니라’(출애굽기 23장 19절)는 구절 때문이다.


이는 고기와 유제품을 함께 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함께 조리할 수도 없음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술 더 뜨는 규정도 있다.


고기로 식사를 한 뒤에는 치즈케이크나 아이스크림, 우유나 크림으로 만든 각종 디저트를 바로 먹을 수 없다. 배 속에서 섞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사시간에 고기를 먹은 뒤에 다른 유제품을 먹으려면 6시간이 지난 뒤에야 가능 하다는 게 코셔 식사규정이다.


이렇게 골 때리는 규정을 이스라엘 사람들이 지금도 지키고 있단 말인가? 


지금도 회당이나 통곡의 벽 근처에서 키파라는 동그란 모자, 검은 양복, 가발 등을 쓰고 다니며 왼 종일 토라나 연구하고 수많은 아이들을 낳아 데리고 다니며 국가에서 주는 세금으로 먹고 사는 정통 및 일반종교인들은 오직 코셔음식만 먹고 엄격 그 이상으로 안식일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안식일엔 셀폰 절대 사용금지, 자동차 시동 금지, 심지어 엘리베이터 단추도 누르지 않는다.


그래서 이스라엘 호텔에는 이들을 위한 안식일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다. 단추를 누르지 않아도 층마다 저절로 스톱해 준다.


내가 조사한 통계로는 지금도 안식일과 코셔음식을 이처럼 목숨 걸고 지키는 종교인들은 전체인구의 30%정도, 그리고 안식일과 코셔음식을 놓고 “너나 잘 하세요”, 그렇게 율법에 목매지 않는 세속적인 유대인들은 40%을 넘고 있다.


이들은 종교인들을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아도 딱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코셔음식이 율법에 따른 정결음식 임에는 틀림없지만 율법에 얽매이다가 결국 하나님의 선하신 것 까지를 다 놓치는 우를 범해서야 쓰겠는가?


하나님과는 한없이 가까운 예루살렘, 예수님과는 한없이 먼 예루살렘... 아무튼 예루살렘 서울하우스에 가서는 돼지 족발은 찾지도 말고 주는 대로 정결한 코셔음식 맛 한번 기대해 보자.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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