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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음악은 개인의 삶을 노래하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어야 한다.


특히 CBS 는 한국사회를 위해 만든 기독교 방송이기에, 교회뿐 아니라 사회를 향해서도 바른 목소리를 내야했고, 음악 방송 역시 이 부분을 감당해야 했다.


1996년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정체되어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통일을 얘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 또한 CBS의 역할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은 남북을 이어줄 통일 노래로 남북 민초들의 마음이 활짝 열릴 때 가능하다'는 취지로 <12시에 만납시다> 라는 음악프로그램에 '하나로 부르는 노래'라는 코너를 개설해서, 청취자들에게서 통일을 주제로 창작한 노래들을 신청받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열기는 뜨거웠다.


통일을 노래하는 다양한 장르의 창작곡이 하나씩 선보였고,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분위기도 매주 달아 올랐다.


그런 걸 보면서 나는 새로운 통일 노래들이 방송에서 한 번 들려지는 것만으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껏 통일을 노래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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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통일 노래로 가요제를 만들어 보자 !'


나는 음악을 통해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한마음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며 <CBS 통일가요제> 준비에 나섰다.


통일 노래라면 운동권에서나 불려지는 노래로 여길 때였지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통일에 대해서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 직장인, 중·장년층 등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주고자 장르도 불문이었다.


통일을 노래한다면 국악부터 포크송, 클래식, 락까지 어떤 장르도 상관없었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팀들이 통일 노래를 만들어 보냈다.


가요제 당일, 총 142개 팀에서 예선을 통과한 10팀의 본선 무대가 진행되었다.


사회적으로 남과 북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통일을 노래하자는 이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에 놀랐고, 그들에게 이런 장을 CBS가 마련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대상은 피아노, 북, 장구를 접목한 국악풍의 노래 <통일의 바람> 을 부른 이용걸 전도사에게 돌아갔다.


대상 곡 외에도 본선에 진출한 곡은 CBS 라디오를 통해 꾸준히 알렸고, 모두 음반으로 출판해 일반인에게 널리 불려질 수 있도록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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