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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너마저 CBS를 떠나면 어떻게 하냐, 

그러면 CBS에 누가 남아서 일하냐며 붙잡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나는 선배한테 이끌려 다시 CBS에 남기로 했다.


그리고는 선배와 함께 일본으로 잠적했다.


그러자 옮기기로 한 방송사에서는 난리가 났다.


CBS에 사표를 내고 오겠다고 해놓고는 감감무소식이었으니 말이다.


후에 들은 얘기이지만 나를 스카우트 하려는 책임자가 이 일로 크게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이렇게 다른 곳으로 옮길 뻔한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으나 하나님께서는 두 번 다 막으셨고 CBS에 남게 하셨다.


그런데 두 번 모두 내가 대단한 사명감을 갖고 CBS에 남기로 선택한 결정이 아니었다.


적당하게 세상과 교회를 오갈 때라서, 깊은 기도와 하나님께 헌신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CBS를 떠나려고 할 때, 하나님께서는 내 마음에 고민을 심어 넣으셨고, 주변의 사람들을 붙여주셔서 떠나지 않도록 하셨다.


그렇게 주님께서는 나를 붙잡으셨고 한 걸음 한 걸음 주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길을 걷도록 하셨다.

'입사 초기에 내가 한국일보사에 갔다면?'


'한창 잘 나갈 때 최고급 대우를 해준다는 모 방송사에 갔다면?'


문득 다른 선택에 대해 궁금할 때가 있다.


아마 더 많은 돈과 더 좋은 것을 누리면서 세상적인 성공과 도취에 빠져 살 수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온전히 하나님 안에 거하는 축복을 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소명'과 '부르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요, 하나님이 진정 내가 하길 원하시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해당되는 참된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며, 내가 하나님을 위해 살기도 하고 죽을 수도 있는 그 사상을 찾는 것이다"


하나님은 진정 그분이 원하는 것을 하길 바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CBS로 부르신 주님을 생각하면 CBS에 부르신 직원들 한 사람 한사람에게도 얼마나 놀라운 계획이 있을까를 생각한다.


물론 CBS에 들어온 모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기독교 방송에서 방송 선교를 하고 싶어 온 사람도 있고, 방송사이기 때문에 언론인이 되고 싶어서 온 사람도, CBS의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분위기가 좋아서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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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그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부르심' 이다.


그들 모두를 CBS로 부르셨고, 그들에게 허락하신 탁월함과 달란트를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기 원하신다.


부르심은 특정한 누구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를 향하신 부르심에 응답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부르심을 따라 그 인도함을 받는 우리 모두의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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