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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하나님이 특별하게 우리를 부르실 때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바로 깨달을 때가 있고,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야 깨달을 때가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할 때가 많았다.


늦은 깨달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 부르심과 응답하심을 경험하는 일은 놀라웠다.


CBS에 입사했지만, 회사의 열악한 환경에 실망한 나는 얼마 안돼 한국일보사로 이직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장님과 선배들의 설득으로 CBS에 남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나를 붙잡기 위한 계획이셨다.


CBS를 떠나지 않도록 하나님의 품에 안으셨고, 그렇게 나를 붙잡으신 주님은 내 손을 놓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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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PD로서 제법 자리를 잡아 갈 즈음, 한 번 더 내게 회사를 옮길 만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

1996년 모(某) 방송국에서 새로 음악FM을 개국하면서 나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한 것이다.


파격적인 연봉과 앞서가는 제작 환경에 마음이 움직인 나는 이직하기로 결심했다.


교만한 생각이었지만 CBS가 나를 품기에 작다는 생각도 했다.


더 큰 데에서 더 멋지고 화려하게 일하면서 대중문화의 핵심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순간 다른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내가 CBS보다 더 큰 곳에서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면서 잘 사는 것도 좋지만, 인생의 목적이 이게 다일까?'


그때는 일과 세상 즐거움에 빠져 신앙 생활을 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CBS에 있으면 하나님 나라와 영원한 삶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일 타 방송사로 옮긴다면 세상 속에 빠져서 영영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한 달간을 고민과 갈등에 빠져 지냈다.


그러다가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이직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스카우트 하려던 방송국의 선배들이 방송을 끝내고 집에 가는 나를 찾아와서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라며 호텔방에 가두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이지만 그때는 그들에게 참 미안하기도 하였고, 정말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그 선배들의 강권적인 권유에 못 이겨 방송사를 옮기기로 마음을 다시 고쳤다.

드디어 이직을 결심하고 국장실에 들려 사표를 내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당시 <새롭게 하소서> MC이며 CBS 간판 아나운서인 김우찬 아나운서를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되었다.


"한 PD, 어디 가?"

"선배님, 저 회사 옮겨요"

"가긴 어딜 가. 하나님 기관에서 함께 일해야지."


선배는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만류하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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