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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윤석화 씨는 방송 경험이 풍부해서 능수능란한 DJ였고, 이제 막 첫 프로그램을 맡은 PD는 신입 사원이었다.


내가 20대 후반이었고, 윤석화씨가 30대 중반이었으니 젊은 피의 열정이 오죽했을까.


서로 입장을 쉽게 누그러뜨리지 않았고 감정 싸움으로 번질 때도 있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더 좋은 방송일 뿐이었다.


이 방송을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의 쉼을 얻고 감동을 받길 바랐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부딪히면서도 서로 섭섭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더 나은 방송을 위해 다시 마음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12시에 만납시다>는 청취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방송으로 다듬어져 갔다. 


날이 거듭될수록 더욱 원숙해진 진행솜씨와 매끄러운 흐름이 빛을 발했고, 그러자 방송 내용이 좋다며 즐겨듣는 애청자들도 늘어 갔다.


그러면서 <12시에 만납시다>는 CBS를 대표하는 간판 음악 프로그램으로 점차 자리잡아 갔다.

좋은 방송을 만드느라 티격태격하며 정이 든 윤석화씨와는 지금도 누나 동생하는 사이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


<12시에 만납시다> 를 진행하면서 내 안에 하나님께서 주신, 좋은 메시지와 음악을 전달하는 달란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그 달란트를 그분의 뜻에 따라 다듬어 가셨고, 음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 사랑을 나눠주는 역할을 감당하도록 인도하셨다.


나는 방송할 때면 어떤 노래를 틀 것인가 늘 고민했고, 한 곡 한 곡 선곡할 때마다 기도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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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Bridge over the troubled water', 'You raise me up' 등 국내 대중 음악뿐 아니라 팝송까지 두루두루 좋은 곡들을 찾아냈다.


누구나 방송을 틀었을 때 삶의 희망이 되고 기쁨이 생겨나는 곡이기를 바랐다.


하루는 시골에 사는 한 할머니가 프로그램 앞으로 편지와 함께 헌금을 보내 온 적이 있었다.



'밭에서 일할 때 잘 듣고 있습니다.

방송을 들으며 큰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좋은방송,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생각하시는 좋은 방송을 무엇일까?'



나는 그 의미를 계속 곱씹었고, 그것은 좋은 방송을 만들어 가는 힘이 되었다.


내게 있어 음악은 하나님 나라를 아름답게 하는 도구였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내가 일할 수 있도록 그 달란트를 키워 가셨던 하나님께서는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도 주시는 분이다.


나는 오직 그분만을 의지할 때 더 큰 능력을 부어주심을 믿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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