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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과대표였던 나는 학내 시위에 연루되어 이런저런 마음고생으로 참 암담한 시기를 지내야 했다.


결국 현실적인 해답을 찾지 못한 나는 군대에 지원 입대하게 되었고, 제대 후에는 곧바로 복학하여 대학생활을 이어갔다.


여전히 입대전과 다름없이 사회적 분위기는 무거웠지만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가 보이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무렵에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회나 공연장을 찾아 가면서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은 내 삶의 희망과 위로였기에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삶의 방향이 정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음악의 폭이 아주 넓다는 것과 다양한 장르의 좋은 음악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솔직히 유년기에는 집과 교회만 오가다 보니 찬양 외에는 다른 곡을 접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음악회와 공연장을 오가며 차츰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 세계를 경험하게 되면서  좋은 곡들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음악이 주는 영향력으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연극과 영화의 디테일에도 심취하게 되었다.


지금은 소극장들이 몰려 있는 대학로인 동숭동과 대학 극장에서 연극을 자주 접하면서 연극의 매력에 깊이 빠져 들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취업을 위한 책보다는 인문학 관련 도서와 소설이나 시에 대해 독서량이 훨씬 더 많았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책은 『갈매기의 꿈』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갈매기 조나단은 언제나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높게 오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다른 갈매기들이 먹이를 찾아 헤매는 동안에도 조나단은 늘 비행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주위에서는 꿈만 꾸는 조나단을 이해하지 못했다.


밥보다 비행을 좋아하는 그를 보며 현실을 살지 못하는 불쌍한 갈매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했던 조나단은 행복했을 것이다.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날아올라 꿈을 실현하게 된 조나단.

마침내 꿈을 이룬 조나단은 동료들도 그 길로 이끈다.


나 역시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르기를 꿈꿨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 라며 내가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해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다.

주님 앞에 묻고 또 물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린시절부터 나의 위로와 힘이 되었던 음악을 떠올렸고, 음악과 함께 연극과 영화, 책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종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방송 PD를 꿈꾸게 되었다.


방송 PD라면 내 안에 있는 예술적 잠재력을 꺼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이를 통해 세상 가운데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출퇴근에 쫓기는 직장인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때는 PD가 되는 것이 나의 바람인지 주님의 뜻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하지만 주님은 그분의 방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를 인도 하셨고,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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