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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가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 선정을 놓고 트럼프로 할 것인가? 

시진핑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김정은이로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다 고만고만한 세계의 문제아들만 모아놓고 올해의 인물을 뽑겠다는 것 자체가 기가 찰 노릇이다. 


아예 ‘올해의 트러블메이커’로 올려야 될 위인들만 골라놓고 거기다 고민까지 한다고?  


그러니까 벌이가 시원치 않아서 타임지가 다른 업자에게 팔려 나간 거라고 충고를 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1938년 올해의 인물엔 히틀러가 선정된 역사가 있었다. 


1939년엔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도 명단에 올렸다. 


지난해 올해의 인물로 트럼프가 선정되었을 때 히틀러도 거기 끼어있다는 걸 의식해서였는지 그게 뭐 대단한 것이라며 “타임지 올해의 인물은 주차장에서 나눠주는 싸구려 전단지처럼 느껴진다”고 일갈 한 적도 있다.


사실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는 것은 유명 언론사나 문화계, 체육계 등 다양한 곳에서 선정이 가능하지만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은 단연 타임지 12월호 표지에 올리는 올해의 인물이 최고다. 


남자는 올해의 남자(Man of the Year), 여자는 올해의 여성(Woman of the Year)이라고 했지만 세월이 흘러 이제는 올해의 인물로 굳어졌다.


그런데 인물이 아니라 단체가 뽑힌 경우도 있다. 


1950년엔 한국전 미군참전용사가 올해의 인물로 뽑혔고 1956년엔 항가리 자유의 용사들이 뽑힌 적이 있다.


비특정인물들이 뽑인 역사도 있다. 1966년엔 ‘신세대’, 1969년엔 미국의 ‘중산층’이 선정되었다.

최초의 비인물로는 ‘컴퓨터’가 뽑힌 적이 있다. 1982년의 일이다. 


2번이나 올해의 인물이 된 사람들도 있다. 


레이건 대통령, 등소평, 고르바초프,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그리고 아이젠하워도 2번이나 선정되었다.


12월에 선정하는 이 올해의 인물은 여러가지 논쟁거리를 낳는다.


금년도 그렇다. 


트럼프는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올해의 인물로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미국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민자들은 찬밥신세가 되었고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는 미국에 여행조차 올 수 없게 되었다. 김정은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여북하면 트럼프조차도 그를 두고 ‘미치광이’ ‘로켓맨’이라고 조롱했을까? 


백성들은 배곯아 죽어가고 있는데 어디서 몰래 돈을 뚱쳐왔는지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쏴 대는가? 


그 미사일로 죽이겠다고 벼르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시진핑을 두고 타임지는 시황제라고 부르며 그의 권력을 진시황제에 빗댄 적이 있다. 


황제란 거대한 권력의 그림자에 묻혀버린 참혹하고 잔인한 인권유린은 누가 고발을 하고 있는가? 

왜 이런 자들을 꼭 올해의 인물로 뽑아야 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게 대중의 목소리다. 


그런데 타임지도 할 말은 있다. 그 해 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친 인물 혹은 단체를 선정할 때 영향력이란 기준은 비단 긍정적인 영향력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력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올해의 인물 로 선정된 사람의 행동을 공인해준다는 의미가 아니고, 다만 그 해 가장 뉴스 가치가 있는 인물을 뽑는 것에 초점을 둔다는 반론이다. 시사주간지 성격상 맞는 말이기도 하다. 


특별히 타임지는 미국의 시사주간지이지 세계의 시사주간지가 아닌 만큼 미국에서 가장 뉴스가치가 있었던 인물을 뽑는 것이니 편향성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들 입장에서는 할 말이 충분하게 많다.

그런데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역대 리스트가운데 아주 특이한 존재 하나가 있다. 



2006년의 일이다. 바로 ‘당신(You)’이 올해의 인물이 된 것이다. 금년에 김정은이를 뽑아 놔도 타임지로서는 할 말이 있다. 


그러니 열 받지 말고 12월 타임지 표지인물에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내 사진을 마음속에 떠 올리면 된다. 


내가 바로 올해의 인물이라고...


LA를 흔히 교통지옥이라고 한다. 삶의 질을 가장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 바로 트래픽이다. 그런 교통지옥에서 일년동안 무사고, 노티켓! 


그럼 나는 올해의 인물이다. 


지금 LA는 노숙자들로 넘쳐난다. 그들에게서 B형간염이 확산되고 있다고 걱정들이다. 그러나 추운겨울 구걸하는 그들의 시린 손바닥에 지폐 한장을 쥐어주며 지나쳤다면 나는 올해의 인물이다. 한인 마켓앞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설치되어 댕강댕강 나눔을 호소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 자선냄비 앞을 모른 척 지나치지 않고 주머니 사정에 맞게 얼마를 헌금하고 지나 왔다면 나는 올해의 인물이다.


골프장이 유혹하고 NFL명승부전이 발목을 잡을지라도 주일성수를 금과옥조로 여겨 주일이면 묵묵히 예배당으로 향하는 지난 52주를 살아왔다면 나는 분명 올해의 인물, 무신론자들이 득실대고 크리스마스를 없애고 할러데이로 통일하자는 이런저런 어거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한결같이 “예수로 나의 구주삼고” 주님과 동행해온 한해였다면 나는 올해의 인물이다.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누가 선정될지라도 노하거나 슬퍼하지는 말자.


이 나라 시민권 움켜쥐고 그저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갈지라도 하나님 나라 백성답게 평화, 정의, 사랑, 은혜를 사모하며 의연하게 살아온 YOU가 바로 올해의 인물이니까.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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