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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죠이커뮤니케이션을 창립하고 첫 공연을 실패하자, 어떤 공연기획도 망설여졌다. 


하지만 나는 '죠이커뮤니케이션' 이름으로 새로운 공연을 진행해서 내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고 싶었다.


음악 PD로서, 공연 기획자로서 살아온 나로서는 '공연기획'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였기에 아무런 공연 기획없이 시간을 흘러 보낸다는 것은 마치 캄캄한 터널 속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고, 터널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그 안에 매몰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분의 방법대로 알려 주셨다.

그때는 초겨울의 길목이 었다.


공연 기획을 해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죠이에서 음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갔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음반을 만들고,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을 세우고 싶었다.


그 무렵,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색소포니스트 심삼종에 대한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된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심삼종은 2001년에 박종호, 송정미, 소리엘과 함께 <러브투게더> 공연을 기획할 때 만난 연주자로 국내 최고의 색소포니스트 중의 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우리 사무실로 초대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탓일까.


그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으나 선한 인상은 예전 그대로였다.


"바쁘지? 유학을 마치고 학위도 받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대학교수가 되겠지?"


"네, 그렇지만 우선 앨범을 내면서 찬양사역자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그는 모교인 한양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찬양사역자로 활동할 수 있는 희망 또한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앨범이 있어야 더욱 적극적으로 찬양사역자로서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왜 갑자가 '심삼종'을 생각나게 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포크페스티벌 공연 이후 지쳐 있는 내게 하나님은 찬양사역자와 함께 내 영혼을 소생시키는 계획을 세우신 것이 었다.


사실 디지털 음원 제작의 발달로 음반이 팔리지 않아 아무도 적극적으로 음반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또한 제대로 된 음반을 만들려면 3천만원 가까운 비용이 필요했고, 더구나 음반 시장이 침체되어 있어서 찬양 앨범 한 장을 만드는 일이 예전 같지 않게 힘겨웠다.


그러나 아무리 환경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찬양 앨범을 만들고 이들을 돕는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일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형편을 짐작하고 있었고, 어떤 기대감이 충만하면서 하나님의 간섭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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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일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일을 통해 내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하길 원하셨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크리스천 연주 앨범이 하나님을 찬양하고 영화롭게 하는 일에 쓰인다면 충분히 내 삶의 의미가 되어줄 것이었다.


"좋다, 한번 해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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