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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들에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마 6:28-30).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은 자연을 만지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나 역시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 지저귀는 새소리, 흩날리는 나뭇가지의 잎새에서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느끼게 되었다.


주님은 내가 광야에서 절망에 빠져 있을때에 자연을 통해 여러가지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 또한 하나님의 은혜였다.


죠이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면서 새벽에 일어나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기도드리게 된 것도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무실에서 힘들게 하루를 버티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지만, 다음 일거리가 없을 것을 염려하며 잠을 설치곤 하였다.


그러다보니 밤새 근심과 걱정 탓에 뜬눈으로 지샐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예전과는 다른 날들이었다.


새날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먼저 감사하고, 내게 주어진 하루를 무엇을 어떻게 기도하며 보내야 할지 묵상의 자리에 나섰다.


나는 한없이 작은 존재이기에 보잘 것 없는 나를 인정하며, 하루를 주님의 뜻대로 인도하시길 무릎으로 간구하였다. 죠이 사무실을 서울 연남동에 일산 호수공원 가까이에 있는 오피스타워로 옮기고 보니, 집에서 사무실이 가까워서 좋았고, 동틀녘에 공원을 산책하며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매일 호수공원의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걷다보면 어제 보였던 것들과 오늘 보이는 것들이 달랐다.

하늘과 구름, 나무와 산책로 등이 한눈에 풍경으로 들어오는 날이 있었고, 꽃잎 하나 풀잎 하나가 명화의 한장면처럼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어떤날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작은 들풀들이 생명으로 다가왔고, 어느 하나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공원의 나무와 너른 들판의 야생화들도 저마다의 이름을 가지고 계절마다 색깔이 바뀌고 향기가 달라지는 경이로움을 선물했다.


유심히 관찰하면 날마다 새로운 모습이었고, 그것이 주님의 뜻 안에서 이루시는 자연의 질서라는 것을 알았다.


하나님은 들판의 풀잎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않으셨고, 비와 바람, 햇빛과 함께 나무를 숲으로 만들어 가시듯 내 삶도 그렇게 만지셨다.


그분의 성실하심으로 그분의 시간표대로 내 삶을 인도해 가셨다.


그해 겨울이 유독 추웠던 것은 나는 빚쟁이가 되어 버렸고, 모든것을 잃은 가장으로서 어깨가 마냥 무거워지고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주님, 제가 이 겨울을 잘 견딜수 있을까요?'


겨울이 깊어질수록 두려운 마음만이 가득했다.


사무실로 걸어가는 길목은 꽁꽁 얼어붙었고, 매서운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서서 걷다보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 길을 지나가야 했다.


그러나 그 춥던 겨울이 지나 여지없이 봄날이 오면, 나뭇가지에도 연둣빛 새순이 돋고 누르스름한 대지도 푸름으로 가득했다.


 겨우내 언땅을 뚫고 나온 푸른 싹을 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감동이 몰려왔다.


겨우내 맹추위를 이겨내고 마침내 초록의 생명력으로 대지를 물들이는 것을 보면서, 생명의 아름다움이 경이스럽기만 했다.


새순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나 또한 이렇게 살리실 것이라고 믿으며 희망을 가꾸어 갔다.


하나님께서는 그토록 암담해 하던 순간마다 찾아오셔서 기쁘게도 하시고 부끄럽게도 하시면서 새 소망을 놀랍도록 채워 주셨다.


더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셨고, 그로 인해 우리 가족은 굶주리지 않았다.


사무실 월세를 낼 수 있었고, 직원의 월급도 밀리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을, 그리고 죠이커뮤니케이션을 세워 가셨다.


'올 한 해도 지켜주셨군요, 주님.'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나는 주님께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예전이라면 생각하지도 못한 신앙고백이었다.


주님의 은혜, 오직 주님이 채우시고 비우시고 다시 채우셨다.주님의 그 은혜가 내게 족했다.

이듬해 봄, 사무실 창문 너머 돌 틈새 사이로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보면서 감동이 밀려왔던것은 작은 들풀도 입히고 보호하는 주님이라는 생각 덕분이었다.


화창한 봄날, 언 땅을 녹이는 햇빛이 있어서 겨울을 이겨내고 새 생명이 소생하게 하는 기쁨을 맛보게 하실 것이다.


가락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하게 하고, 꽃샘바람이 불기도 할것이다.


이렇게 우주만물을 운행하시듯, 내 삶에 깊이 개입하셔서 주인이 되시고 내 삶을 이끌어 가시는 주님께 감사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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