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길.JPG 

한용길 CBS 사장



오직 방송국에서 일한 경험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하고, 절망의 테두리에서도 벗어나야 했다.


아이들을 떠올리면 울고 있을 수도 없었고,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순간 주일 설교말씀에 등장했던 만나와 메추라기의 예화가 생각났다.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40년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신 사실을 믿으십니까?"


하나님께서는 광야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40년 동안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셨다고 하시지 않았는가.


나는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신뢰하기로 했다.


내 생각이 바뀐 시점부터 신기할 정도로 일감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놀라운 것은 어떤 루트든지 스스로 찾아온 일감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반면에 잘될거라고 생각해서 내 계획대로 움직인 일들은 좀처럼 진행이 되지 않았다.

하나님의 일하심이 분명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날에 족한 '일용한 양식'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셨다.

성경 말씀대로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와 메추라기를 보내셨던 하나님을 증거하게 하셨다.

일용할 양식으로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 직원의 월급을 챙겨줄 수 있게 하시고, 우리 가족이 잘 살아가도록 하셨다.


매달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채워주시며 그 은혜가 족함을 알게 하셨다.


연약한 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면서도 수시로 찾아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매달 채워주시는 만나와 메추라기는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으나 또 다른 내면의 소리를 이겨내야 했다.


harvest_002.jpg


'전 재산 다 날리고 빚투성이인데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거야?'


'하루하루 먹고 살기만 하면 뭐하냐구?'


'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걸.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그편이 나아.'


아파트 14층에서 살고 있던 나는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뛰어내리자는 상상을 여러번 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그 마음을 먹었지만, 여기서 뛰어내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않겠는가.

나의 연약함을 아신 주님께서는 이처럼 절박한 순간에 놓일때마다 가까이 계시면서 어리석음을 일깨우셨고, 필요를 채워주셨다.


간증집에서나 읽었던 '확실한 임재'를 나도 경험하게 하신 것이다.


때마다 일마다 함께하시면서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평안을 알게 하셨다.


내게 평안이 없었다면 고난의 축복됨을 고백할 수 있었을까.

주님안에 머물지 않으면 평안은 눈 녹듯이 사라지곤 했다.

주님은 그렇게 평안을 통해 고난에 맞서는 힘을 주셨다.


매일같이 채워주시는 일용한 양식에 감사함을 고백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나님의 임재가 거듭되면서 어느덧 내안의 불평과 원망이 사라졌고, 내가 주안에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셨다.


하나님이 나를 돌보시고 나와 함께 하심을 믿는 것이 큰 은혜였다.


여전히 빚은 남아 있었고 앞날에 대한 기약은 없었지만,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을 주심에 감사하였다.


그렇게 하나님만 바라보는 시간은 CBS에 돌아오기까지 꼬박 6년 동안 이었다.

<계속>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