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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나는 죠이에서 처음 기획한 공연을 실패하고, 아파트를 팔아 빚을 갚고 남은 얼마간의 돈을 수중에 갖고 있었다.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 방송국 선배의 아내로부터 알게 된 베이커리 커피숍 동업을 권유 받았다.


나는 집을 팔아 공연을 빚을 갚고 난 2억 원에다가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돈 1억원을 합하여 모두 3억원을 사업의 동업자금으로 건네 주었다.


죠이의 경영상태가 안정되기까지 아내가 커피숍을 운영한다면 한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커피숍을 멋지게 운영하여 앞으로의 생계를 잘 준비하리라 다짐하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인가.


사업자금 3억 원을 건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자는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수소문했더니 자기의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동업을 할 수가 없고, 내가 보낸 투자금을 다시 돌려 주겠다는 말만 남기고 또 다시 사라졌다.


뒤늦게 투자 사기를 당한 것을 알아차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가정의 행복을 저축하기는커녕 철저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재롱이 많은 두 아이, 천금같은 아이들에게 아직도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거듭된 시련 앞에 무겁고 참담한 날들이었다.


이런 시련이 왜 내게 주어졌는지 되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그저 매일 드리는 기도가 쓰라린 외침이었다.


"살려주십시오, 주님. 제발 살려주세요."


30만 원이 아쉬운 처지에 3억 원이 순식간에 사라지다니.

게다가 대출금이어서 그 액수만큼 고스란히 빚더미에 앉게 된 기막힌 상황이었다.

왜 이처럼 어려운 일을 한꺼번에 겪어야 하는지 억울하기만 했다.


하나님께 하루는 살려달라고 했다가 하루는 원망하기 일쑤였다.


사기 친 선배 부인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다가 회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절망이 가득한 마음으로 광야에 들어섰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면 목울대를 누르면서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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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하던 방송국과는 달리 아무도 반기는 사람이 없는 사무실이어서 들어가기 무섭게 큰소리로 울었다.


전 재산을 잃고 대출받은 은행 빚까지 짊어진 나는 더 이상 살 힘이 없었고, 그냥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져들곤 했다.


나이 마흔아홉에 빚더미만 남았으니 앞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막막했다.

한참 울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졌고, 가까스로 힘을 내면 적막강산이었다.

아직 한겨울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2월 초순이었다.


'이 어려움을 잘 견딜 수 있을까요, 주님?'


전기난로 하나로 추위를 이겨보자고 다짐하다가도, 이마저 온기가 사라지는 순간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절망과 두려움이 내 마음속을 들락날락 거렸다.

아이들이 이 추위에 거리에 내몰리기라도 한다면 어떡해야한단 말인가.

이제 더이상 갈 데도 숨을 곳도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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