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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신종플루가 잠잠해지면 포크페스티벌을 하시지요."

"어떡하죠. 이런상태에서 관객을 많이 모이게 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공연을 취소해야 하지 않을까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요, 대표님."


주변 사람들이 우려의 뜻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단단히 결심하고 준비한 페스티벌이었지만 혼란스러웠다.

내 마음도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다음 기회를 기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면 어떡한단 말인가.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하면서, 벼르고 벼르다가 결정한 공연이었기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대로 공연을 감행하기로 했다.


"여기서 멈출 수 없어, 기도의 응답대로 끝까지 가 보자!"


나는 하나님께서 처음 주신 마음 그대로 뚝심 있게 공연을 밀고 나가기로 했다.


오히려 신종플루로 다운된 사회적 분위기를 따뜻하게 위로해줄 공연이 될수 있다고 믿었다.

신학자 톰 라이트는, 알지 못하는 곳을 도달하기 원한다면 무지의 길을 통과해야하고, 갖지 못한 것을 갖고자 한다면 무소유의 길을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톰 라이트의 말대로 '선택한 길'을 통과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이틀연속 공연의 관객 수는 이대로 공연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형편 없어서 내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흥행을 기대할 수 없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마음으로 진행되었고, 공연이 끝나자마자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이제 내 수중에는 한푼의 돈도 남아있지 않았고, 공연 빚을 갚기위해 지금까지 저축해서 처음 구입한 아파트를 팔아야 했다.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으로 준비한 공연 기획이었는데 실패하다니.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주님의 뜻이라고 믿고 준비한 공연인데, 그로인해 살던 집까지 판다는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면 도저히 그 뜻을 헤아릴 길이 없었다.

나는 탄식하며 주님께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주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주님앞에만 엎드려 있었다.

그러자 주님이 일하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고백하며 주님만 바라보는 동안에 주님이 일하셨던 것이다.

비록 공연의 흥행은 실패하였지만, 그 후 회사로 공연 기획 의뢰가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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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획자로서 나의 진가를 알아본 것일까.


아무리 '신종플루 탓'이라고는 하지만, 흥행에 실패한 공연임이 분명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나를 아는 지인들의 소개였다면 그려려니 했겠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런 경우도 아니었다.

주님의 일하심이 분명했다.


이번 공연으로 정기적인 공연 연출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일감이 여기저기에서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죠이 커뮤니케이션에 공연 기획을 의뢰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나는 서서히 회복할 수 있었다.


수년 간 나에게 의뢰하는 공연 기획 일을 하면서 포크페스티벌의 실패로 얻은 적자를 모두 메울 수 있었다.


이 일을 통해 나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은 실패가 없다는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


하나님께서는 포크페스티벌이 흥행은 실패했으나 오히려 이 일로 많은 일들이 생겨나는 기이하고 귀중한 체험을 하게 하셨다.


주님은, 언제나 내가 신뢰할 분은 오직 주님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내 힘으로 아무엇도 할수 없다고 고백하게 하시고, 주님께서 온전히 이루어 주신다는 것을 믿게 하셨던 것이다.


그토록 사랑이 많은 나의 하나님이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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