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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기도는 하늘 아버지의 품안에서 영혼을 호흡하는 일이라고 했다.

나는 통성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주여,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박 목사님이 보고 싶었다.


나를 위해 기도하셨고, 사장선거 낙선 결과를 가슴 아파할 분이었다.


'똑, 똑, 똑!'


목양실로 들어서자 묵묵히 안아주시는 목사님.


그동안 언제든지 두팔 벌려 안아주었던 목사님이었다.


나는 그날부터 매일 목사님을 찾아갔다.

뭐 별 다른데 갈 곳도 없었던 나는 목사님과 함께 있다보면 어느덧 한나절이 지나 있었다.

그 무렵에 다른 방송국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오기도 했지만 단박에 거절했다.


목사님과의 '독수리 논쟁'을 통해 하나님께서 CBS로 나를 부르셨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 약속이 여전히 유효한 CBS 사장에 대한 도전을 내려 놓을 수 없었다.


비전이 유효한 이상 다른 직장을 선택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그날을 기다리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주님, 앞으로 무슨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야 했다.


한 달 간 매일 교회를 찾으면서 기도하고는 중에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생각들이 있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공연을 기획하고, 음반을 만들고, 아티스트들을 세우는 일들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나는 문화예술 공연기획사를 설립하기로 결심하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회사설립을 두고 기도한지 한달만인 2009년 7월, 나는 문화콘텐츠 기업인<JOY커뮤니케이션>을 창립하엿다.


회사 상호와 걸맞게 '기쁨과 사랑을 전하는 문화콘텐츠 그룹'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세상과 교회가 소통하는 문화사역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죠이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름은 아들 지원이의 태명인 'JOY'에서 비롯 되었다.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인물로 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아들의 태명인 'JOY' 에, 지난 20여 년 간 방송국에서 일해 온 나의 경험과 정체성에 걸맞게 '커뮤니케이션'을 합하여 '죠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회사 이름을 정한 것이다.


회사 이름 속에는 다시 내가 CBS로 돌아갈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담았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택가에서 기획사 사무실을 꾸몄다.


그런데 회사 창립일이 다가오면서 '죠이(JOY)'라는 이름을 앞세우기가 무색해졌다.

내안에 과연 기쁨이 있기는 한 것인지, 묵상하는 동안 아들 태명인 'JOY'의 뜻을 다시금 떠올렸고, 아들 지원이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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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쁨이라면 충분하다는 믿음이 생겼고, 이 일을 하는 동안 하나님께서 동일한 기쁨을 주실 거라고 기대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광야에서 죠이커뮤니케이션이라는 문화콘텐츠 기획사 경영자로서 첫걸음을 내딛게 하셨다.


그러나 내 앞에는 마치 망망대해에서 바람 한 점 없이 돛단배를 움직이는 것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나의 경력이나 재능, 용기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상황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되었다.

내 힘으로 해보겠다는 결의에서 시작하긴 했으나 내힘으로는 할 수 없었고, 결국 성령님이 함께 하셔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내가 의도하고 노력해서 얻는 결과가 아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계획속에서 새로운 일이 주어졌고, 사업을 이루어 가게 하셨다.

역시 주님이 일하셨던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은 새로운 일터를 통해 내가 주님의 뜻대로 걷도록 한 걸음 한 걸음을 인도하셨다.


- 꽃들은 다른 꽃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향기와 씨앗을 보내지. 하지만 씨앗이 적당한 자리에 떨어지도록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야_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중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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