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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회사에 입사한 이래 처음 참여해보는 공방협이었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그 긴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나는 양측을 설득하고 교회와 담당 PD의 입장을 대변하느라 진을 빼야 했다.


"PD들은 '공정방송 CBS'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공정성에 어긋나는 것은 당연히 편집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PD들의 마음대로 설교를 편집하면 되겠소?"


"그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방송에 대해 문제 삼으면 그때마다 사과를 할 겁니까? 

그렇게 하면 설교 편집권은 뭐가 됩니까?"


"그래도 교회 측에서는 설교가 훼손되었다고 느끼면 당황스러워하지 않겠습니까?"


서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느라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듯 했다. 


하지만 여러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대교회 관계와 설교 편집등을 포괄하는 제도적 틀을 정하면서 설교방송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할수 있었다.


편성국장의 길은 녹록하지 않았다.


크고작은 일들이 시한폭탄처럼 터지곤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의 주례 연설을 매주 방송하기 원하는 경영진의 입장이 있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 일이 방송의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방송을 해서는 안된다고 소리를 높였다.

경영진과 방송제작진의 또 다른 갈등의 모습이었다. 


나 역시 그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전했고, 방송은 하지 않게 되었다.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도 좋은 방송, 공정한 방송을 함께 만들어 가려 했지만 구석구석 걸림돌이 놓여있었다.


직원들의 입장을 생각하다 보면 회사측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경영진의 입장도 있는 터라서 회사와 노조사이에서 곤욕스러운 적도 꽤 많이 있었다.


나는 편성국장 임기 동안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때마다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나 혼자 해결할수 없었던 것들이었다. 


갖가지 문제 대해 책임지고 결정해야 했는데, 그럴때마다 역부족을 느끼곤 해서 간절히 주님을 찾았다. 


매순간, 그냥 드린 기도가 아니었다. 


도망갈 길이 없고, 숨을 언덕이 없는 곳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드리는 필사의 기도였다. 


CBS가 공정방송과 선교방송으로 그 역할을 감당하는데 있어 나의 선택이 잘못되어서는 안되었다. 


그 선택은 하나님의 공의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옳아야 했고, 이를 위해 내 기도의 분량을 쌓을 수 밖에 없었다.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나러 가는 길에 얍복강가에서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기도하는 중에 천사를 만난 야곱은 그와 씨름하며 결코 그를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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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씨름은 야곱의 승리로 끝났고 야곱은 축복을 약속 받는다. 


홀로 밤새 드린 절박한 야곱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받으셨다.


또한 E.M. 바운즈 목사는 그의 저 『기도의 능력』에서 야곱의 승리는 밤새도록 씨름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홀로 하나님과 더불어 오랜시간을 보내는 것이야 말로 그분을 알고, 그분의 영향을 받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편성국장 임기중에는 기도의 씨앗을 많이 뿌린 시절이었다.


울며 씨를 뿌렸을때 하나님을 깊이 만날 수 있었고, 그분의 지혜로 어렵고 힘든 일들을 처리해 나갈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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