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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CBS에 다니는 것이 불만족스럽다면 다른곳으로 가십시오. 여러분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문제가 안됩니다.

CBS 보다 연봉과 근무 환경이 좋은 곳에서 스카우트 하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러나 여러분의 탁월한 능력이 CBS의 존재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나는 편성국장으로서 편성국에 속한 60여명의 PD와 아나운서들이 그들이 맡은 일에 사명감을 갖고 도전하기를 바랐다.


CBS에 입사한 사람들의 동기는 다양했다.기독교 방송이기에 방송 선교를 주요 목적으로 입사한 이도 있고, CBS가 대한민국의 주요 언론사 중의 하나였기에 언론인으로 일하고 싶어서 입사한 사람, 일반 직장처럼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입사한 사람등 다양한 부류의 구성원들이 있었다.어떠한 연유이든 간에 CBS에 입사한 것만으로도 그들의 실력이 탁월하다는 것은 확실했다.


나는 그들의 능력을 믿었고, 나아가 영성을 갖춰 최고의 방송사를 만들기 원한다는 국장으로서의 바람을 갖고 있었다. 나의 도전적인 메시지가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국장 임기동안 그들과 함께 새로운 일들을 이뤄내고 싶었다.편성국장에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그램 개편을 하게 되었다.


대대적인 프로그램 개편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편성국 뿐만 아니라 보도국과 함게 머리를 맞대었다.나는 아침 시간대의 뉴스를 포함하여 표준 FM 98.1 MHz를 통해방송되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의 변화를 주고자 했다.


가장 눈에 띤 프로그램은 <김현정의 뉴스 쇼>였다.


보도국과 편성국의 PD와 기자들이 힘을 모아 뉴스 시사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원래 보도국과 편성국이 협력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분위기인데 함께 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놀랍게도 <김현정의뉴스쇼>는 방송계에 큰 돌풍을 일으켰고 CBS 시사 프로그램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지금도 이 프로그램은 CBS를 대표하는 오전 시사 프로그램으로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93.9 MHz음악 FM에도 대대적인 수술을 가했다.


이미 편성국장 선거를 준비하며 음악 FM 개편의 밑그림을 미리 그려놓긴 했지만, 편성국장이 된 후 편성과 제작 방향에 대해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였다.


PD가 만들고 싶은 방송이 아니라 청취자가 듣기 원하는 방송을 만들어야 음악 FM이 살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과 가요, 그리고 CCM들의 선곡 리스트를 던져 주면서 청취자 중심의 방송을 만들어 가도록 이끌었다. 더불어 어떤 노래를 틀든지 그 노래가 삶에 지친사람들에게 희망과 휴식이 되는 좋은 노래를 틀어줄 것을 주문했다. 그것이 CBS 음악 FM방송의 주목적이라는 얘기도 함께...


편성국장 취임당시에 1.8%정도 하던 음악 FM 청취율이 점차 상승해 가더니 편성국장을 마칠 즈음에는 청취율 7%에 육박하였고, 지금은 15%의 높은 청취율로 온 국민이 사랑하는 방송이 되었다.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식당에 들어가든, 가는 곳곳마다 CBS 음악 FM방송이 흘러나오는 것을 흔히 볼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상업방송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좋은 음악이 좋은 내용의 방송 멘트와 더불어 퍼지면서, 삶에 지친 국민들의 정서를 어루만져주는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고, 그 보람이 무척이나 컸다.


편성국 직원들은 직장 동료들이었지만, 나는 그들이 믿음의 동역자이기를 원했다. 


그들과 가까워지길 원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다가서기로 했다. 그래야 우리가 하는 일이 하루하루 별 생각없이 만드는 방송이 아니라 영혼을 살리는 선교하는 방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혼을 살리는 방송! 그렇지만 PD, 아나운서, 작가, 진행자들과 일일이 교제하며 그들을 알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편성국 사람들과의 식사계획을 세웠다.


부서별로 모든 직원들과 돌아가면서 계획을 세우니 두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식탁교제라고 하지 않았던가. 처음에는 어색하고 머뭇거리던 분위기도 음식을 나누면서 이야기가 무르익자 한결편안한 자리가 되었다. 그들중에는 근무 연수가 오래된 선임직원들도 있었고, 입사한지 얼마안된 신입사원들도 있었다.


나는 좀처럼 말을 못하며 어려워하는 신입직원에게는 일부로 묻기도 하였다.


"일한지 얼마나 됐지요? 일할 만한가요?"


아무리 뛰어난 친구들이라고 검증되었다고 하더라도 처음 겪는 회사생활이 녹록치 않았을 터였다. 


그들이 털어놓는 고충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조언하면서 다독이다가보면 그들도 한껏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더욱이 같은 부서였더라도 서로 알지 못했던 속사정을 알아가면서 더욱 친밀해 졌고, 부하직원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었다.


아프리카속담 중에 '혼자가면 빨리 갈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갈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직원들과 함께한 2년간의 편성국장 임기를 떠올리면 그저 행복하기만하다. 함께 함으로 감사와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국장을 맡고 나면 직원들과의 관계가 멀어진다는 방송가의 속설이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돈독해졌다고 믿는다. 시간이 흘렀지만 서로 신뢰하며 함께 일했던 열정과 열심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최고의 방송사를 만들자는 그들과의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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