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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란 말은 70년대 말 하버드 대학 갤브레이스 경제학 교수가 써낸 책에서 비롯된 말이다. 지금도 그가 주장하는 불확실성이 여전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시대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아니 막연한 불안감은 더 가중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북한이 저렇게 때만 되면 미사일을 쏘아 올리니 그 미사일로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다 알고 있다. 

핵탄두를 장착해서 알래스카나 LA 같은 미국 본토에 떨어드리겠다는 협박 아닌가? 


밤낮없이 미사일에 목을 매고 있으니 언젠가는 이 땅에 날아오고야 말 것이다. 정말 핵무기를 매달고 날아오는 판국이 되면 이 세상은 어찌될까?


한국에선 새 대통령이 뽑혔다.  한쪽에선 축제분위기다. 


좋은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지만 활짝 열려버린 젊은이들하고 완고한 노인네들 사이의 세대간 이념적 간극이 장난이 아닌 모양이다. 


옛날엔 나라가 영호남으로 갈리는 모양새였는데 요즘엔 바뀌었다고 한다.

미국은 더 어수선하다.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정말 지난 대선 때 러시아와 내통을 했는지 여부를 놓고 특별검사를 뽑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잘못하다가는 탄핵감이란 말도 나온다.  오바마 케어는 팽개친 것인지, 그럼 트럼프 케어는 발효된 것인지?


지구촌의 테러가 좀 수그러든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테러 때문에 웅크리고 살아야 하고 공항을 출입할 때 갖은 고생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늘 불안하고 소란한 세상을 살아가다보니 불쏘시개 수준의 작은 평화라도 고요하게 마음에 간직하고 싶어진다.


지난 주말 한인 골퍼들에겐 신바람 나는 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사실 한인 뿐 만 아니라 미국 골프계(PGA)도 깜짝 놀랐다. 


초대박 뉴스라고나 할까? 


금년 21살의 김시우 선수가 제5의 메이저 대회라고 부르는 ‘플레이어스’ 골프대회에서 영광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상금만 189만 달러를 챙겼다.


로리 맥길로이, 조단 스피스, 리키 파울러, 제이슨 데이, 더스틴 존슨 같은 월드스타들이 랭킹 선두다툼을 벌이고는 있지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빠진 골프계는 여전히 주인 잃은 빈 집처럼 썰렁한 듯 느껴진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금년 21살의 영건(young gun, 축구, 골프, 야구 등 스포츠에서 나이는 어리지만 장래가 촉망받는 선수를 가리키는 말)이 골프계의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다. 


김시우였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차분하게 물리치고 플레이어스 대회 챔피언에 등극하자 드디어 골프천재가 강림하셨다고 세상이 놀라기 시작한 것이다.


골프채널 해설가 한 사람은 "김시우의 우승은 영국인들이 유럽연합 탈퇴를 찬성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만큼 놀라운 일"이라고 극찬했다.


골프채널 인터뷰에서 김시우의 캐디였던 마크 커렌은 그의 플레이를 단지 ‘피어레스(fearless)’라고 표현했다. 호수 한가운데 작은 섬처럼 만들어 놓은 이 코스의 17번 홀은 ‘스타디엄 코스’라고도 하고 ‘아일랜드 그린’이라고도 부른다. 


길이가 130야드 정도이니 주말골퍼들도 우습게 볼만하다.


그런데 금년에도 4일 동안 이 한 홀에서 모두 67개의 공이 물에 ‘퐁당’ 빠졌다. 그래서 내로라는 골프계 스타들도 공포의 홀, 또는 저주의 홀로 불리는 곳이다. 김시우는 어땠는가? 셋째 날 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으로 보기 좋게 그린에 올린 그는 놀라울 정도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버디를 성공시켰다.


“도대체 21살 나이에 저 두둑한 배짱은 어디서 온 것일까?” 경기를 지켜보던 나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시우는 정말 피어레스였다. 흔들림이 없었다. 벙커에 빠진 공을 끌어 올릴 때도, 페어웨이를 벗어난 공을 그린에 올릴 때도 거의 기계수준이었다. 


어렵다고 소문난 18번 홀에서도 깔끔하게 파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라운드도 보기프리 게임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며 그런 생각이 찾아들었다. 골프 코스 같은 인생길을 걸어가며 우리들도 저렇게 피어레스 할 수는 없을까?  


세상사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고 두둑한 배짱으로 그냥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 . . .


인생에도 샌드벙커가 있고 혹은 깊은 러프에 공이 떨어지는 때를 만나기도 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건만 트러블 샷을 날려 낭패감을 경험할 때도 있다. 이런 때에도 끝까지 우리를 지탱해 주는 피어레스가 있다면!


베드로가 바다 위를 걸으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에 옮기려다 실패한 이유는 바로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한다. 


“안심하라, 내니 두려워 말라”는 주님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살아도 여전히 불안한 우리에게 ‘피어레스 김시우’처럼 인생의 페어웨이를 걷는 비결은 무엇일까? 


사실은 두려워말라는 주님의 말씀을 철썩 같이 믿고 살지 못하는 우리들의 얄팍한 믿음이 문제 아닌가?


여전히 불안하고 어수선한 세상 중에 한인골퍼 김시우가 보여준 피어레스 플레이가 감동으로 다가선 지난주였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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