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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업 지휘자
<연세중앙교회 시온성가대 지휘자>


단체 수장이 되고 보니 지도자의 마음 조금 헤아려
어느 곳에 가든 가장 필요한 것을 지적하려 노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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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예술의전당에서 8월 25일 개최한 ‘2012 예술의전당 청소년음악회’를 준비하려고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서울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에 가서 지휘했다.
오랜만에 내가 상임지휘자로 일하는 오케스트라 소속지인 충청남도에서 벗어나 서울 중심지에 있는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지휘하려니 긴장한 것도 사실이고, 또 상당히 설레기도 했다. 아마 일부 성도 중에는 객원지휘가 무엇인지, 상임지휘가 무엇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분도 있을 것 같아 이번 기회에 그 부분을 잠깐 다루어 보려 한다.
지휘자는 역할에 따라 상임지휘자, 객원지휘자, 부지휘자가 있다. 상임지휘자는 한 오케스트라 대표로서 오케스트라에 관련한 모든 부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그 책임도 져야 한다.
그저 단순하게 연습만 시키고 좋은 음악만 만들어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단원 한 사람 한 사람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하고, 전체 예산에 맞춰 때론 악기도 구매하고 좋은 솔리스트를 섭외하고 공정한 오디션을 통해서 역량 있는 단원도 영입한다.
때에 따라서는 각종 행사에도 참석하여 교향악단 대표로서 필요한 역할을 해나간다.
부지휘자는 상임지휘자를 도와서 오케스트라에 필요한 각종 연습을 직접 시킨다. 그리고 각종 크고 작은 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객원지휘자는 말하자면 손님이다. 보통 객원지휘자는 상임지휘자가 직접 섭외해서 부를 때가 많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객원지휘자는 때에 따라서 자주 부를 때도 있지만, 상임지휘자가 있을 때는 한 지휘자를 일 년에 한두 번 이상 부르는 예는 드물다.
객원지휘자는 다른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가 가는 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예도 있다.
나는 상임지휘자가 되고 나서 이번에 처음으로 객원지휘를 했다. 객원지휘자는 짧은 시간에 자신의 기량을 많이 보이려고 노력한다.
대부분 한 번 하는 연주로 모든 것을 평가받기에 관현악단에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그 연주 한 번을 잘하려고 효과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리는 데 주력할 때가 잦다.
이번에 상임지휘자로 연주하며 음악적인 것과 아울러 여러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예전엔 그저 음악만 잘하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음악을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된다고 할까.
한 단체 수장(首長)이 되고 보니 지도자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 이해할 것 같다.
요즘 ‘우리 담임목사님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자주 생각한다.
나는 오케스트라 단원 80여 명을 이끌고 가는 데도 이렇게 마음고생을 하는데 하물며 모두 제각각인 수많은 성도를 이끌고 가시려면 얼마나 많이 생각하시고 얼마나 많이 기도하실까.
이번에 객원지휘를 나가 보니, 나 자신이 상임지휘를 맡은 오케스트라에서보다는 아무래도 좀 덜 연습한 것 같다.
이번 직분자세미나에서 담임목사님께서 말씀하시길, 어느 부흥회에 가든지 간에 강단에 선 이상 그 교회 담임목사라는 자세로 임해서 말씀을 선포하신다고 하셨다. 다른 교회일지라도 설교 말씀을 듣는 이들을 내 교회 성도처럼 사랑하고 섬긴다는 뜻이다.
앞으로 나도 어디든 객원지휘로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그 순간만큼은 그런 마음으로 상임지휘자로 임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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