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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탈북교육생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녀가 우리나라에 도착해 놀란 점은 환하게 밝혀진 전깃불이었다고 한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2만 5000여 명.


그들은 굶주림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와 희망을 꿈꾸며 고향산천을 두고 떠나왔다.


이 책을 쓴 문영숙 작가는 『에네껜 아이들』같이 일제 강제 징용자들과 연해주에 정착한 이주자들이 겪은 아픔을 역사소설로 그려내거나 청소년 소설을 주로 집필했다.


『개성빵』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장편동화다.


‘개성빵’은 북한 어린이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음식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주던 초코파이를 말한다.


근로자들은 개성빵을 먹지 않고 모아서 장마당에 팔아 통강냉이나 강냉이 가루를 사서 끼니를 이었다.
주인공 기태는 탈북하여 한국에 정착한 어머니가 할머니 편으로 돈을 보내 주어 처음으로 개성빵을 먹어봤다.


쫄깃한 식감에 달콤하게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기태는 여동생 기옥이와 둘이서 탈북을 감행한다.


아버지는 탈북을 시도하다가 도중에 붙들렸고 노동교양소에서 혹사당하여 뼈만 남아 있었다.
기태가 탈북에 성공한 후, 할머니와 아버지도 탈북했지만 서슬 퍼런 중국 공안들 감시가 심해 소식을 알 수 없었다.


기태 남매에게 한국은 눈이 번쩍 뜨이는 곳이지만 모든 일상이 낯설고 힘겹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무시하는 통에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영어, 한자 같은 외래어 사용은 철의 장막보다 높은 언어장벽이다.


찰흙이 준비물이었는데 산에서 흙을 캐야 하는 줄 알고 빈손으로 등교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자유롭게 발표하는 수업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렵고, 산만한 아이들의 학습태도가 철없이 보여 주먹이 불끈 쥐어질 때도 있다.


그럴 땐 뒷산 산꼭대기를 깎아 옥수수를 심어 둔 뙈기밭에 거름을 주려고 오줌을 참아 달리던 고향이 그립다.


맘껏 쓸 수 있는 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좋지만 한국 생활 적응이 녹록하지 않아 독자에게 안타까움을 준다.


책 속에서 인물들이 사용하는 대화체가 “~어떻게 하면 좋슴까?, ~기다려야 함다” 등으로 끝말을 줄여 북한 말씨를 실감 나게 표현한다.


또 북한 현실과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탈북자들을 이해하고 아픈 마음을 보듬을 수 있게 된다.


탈북이 더 어려워지고, 한국에 오기도, 와서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는 시사 소식을 자주 접한다.


기태네 가족처럼 한국 사회가 낯선 탈북자들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우리들의 작은 배려가 더 필요한 시기다.


그들이 우리 사회 일원이 되어 살 수 있게 우리가 따뜻한 불빛이 되었으면 한다.


<이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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