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2.jpg

이정인 집사

 

지난달 선교지 순회일정의 앞뒤로 여동생 가족들과 모처럼 함께했다.


동생은 호주에서 30년, 나는 미국서 30년 넘게 살아서 그의 전 가족을 한곳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불행히도 제부의 임종이 임박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 사업 확장을 위해 서울에 온 여동생이었지만 일을 거의 접고 1년 전 재발한 남편의 말기 암 간병에 올 인하고 있었다.


의사나 주변에서는 5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제부의 암 발병은 5년 전이었다.


대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씩씩하게 견뎌냈다.


완치된 후 60세 나이로 신학교에 들어가 새롭게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불태웠다.


여동생과 자녀들, 그리고 주변에서 다 말렸지만 하나님께 달려가는 그의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재발한 지 거의 1년 동안 제부의 병세는 호전과 악화를 거듭했지만 그의 얼굴은 임종이 코앞이라는 현재까지도 평상시와 거의 다르지 않다.


의사들이 포기해서 모든 치료를 중단한지는 이미 6개월째이며 내가 서울에 있던 지난달 5월에 결국 병원으로 다시 옮겼다가 이제 호스피스로 가 있다.


아이패드로 수시로 보내오는 근황은 아주 위독한데 병상 제부의 얼굴은 여전히 잘생겼고 밝고 오히려 광채가 나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전신으로 퍼진 암세포가 폐와 뇌까지 다 망가뜨렸다는데도 정신 줄을 놓지 않고 있다.


눈이 마주치기만 하면 입 꼬리를 올리고 눈은 웃고 있다.


호스피스 관계자들과 방문객들도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 크고 또렷한 눈망울로 기도나 찬양, 말씀, 안부인사에 일일이 화답하는 아멘 소리, 그리고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평안한 아내의 신앙고백을 듣기 위해 제부의 신학교 후배 등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말기 암 환자들을 볼 때마다 얼굴이 못 알아 볼 정도로 수척해져서 마음이 아팠는데 제부처럼 한 결 같이 환한 얼굴은 정말 처음이다.


제부의 그 같은 얼굴은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온 아줌마를 전도하기도 했다.


아픈 남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1년 만에 얼굴과 몸이 인형처럼 야윈 동생과 호주에서 온 딸을 설득해서 오게 된 간병인이었다(내가 해준 가장 잘한 일로 여긴다).


교회라고는 관심이 아예 없던 연변아줌마 간병인은 환자가 얌전하고 잘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좋아했다.


무심했던 그녀가 며칠 후부터  가족이나 친지들의 기도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하더니 “나도 교회에 다녀야겠다”며 고백했다.


그녀가 제부의 얼굴에서 하나님을 믿어야 할 씨앗을 건져낸 것이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모두 환호했다.


전도의 열매가 이렇게 좋은 것일까?


간접적인 전도임에도 그리 뿌듯할 수가 없었다.


중환자들을 계속 돌보게 될 그녀가 하나님을 믿게 된다면 또 얼마나 많은 열매를 직.간접적으로 맺게 될지 기대가 된다. 호스피스에 있는 제부는 이제 곧 기다리던 아들의 결혼을 보게 된다.


호주에서 사업과 공부를 병행하는 아들이 3년 후로 계획하던 결혼식을 오는 6월 17일로 앞당겼다고 한다.


투병중인 아빠를 위해 병상 앞에서 목사님과 가족들, 그리고 증인 몇 명만 모시고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예비신부와 호주에서 와 있다고 한다.

 

제부1.jpg

▲ 위독한 아빠를 만나기 위해 호주에서 날라온 딸(가운데)이

병상의 아빠와 같이 누워 재롱이다. 왼쪽은 간병에 얼굴이

반쪽된 여동생.

 


임종을 앞둔 교역자들만 와 있는 호스피스에서도 그런 일은 처음이어서 사역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기도와 눈물로 특별한 결혼식 준비에 한창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결혼식을 더 앞당기자고 할 정도로 제부의 상황이 위중하다는데 함께 하지 못하는 나도 그 장면을 연상하면서 눈물을 쏟는다.
한편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은혜가 충만한 결혼식을 목격하고픈 소망도 가지고 있다.

특집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