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올해 벽두 최악의 지진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아이티를 향해 구호의 손길을 내민 이래 일년 내내 후미진 곳을 위한 나눔과 봉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교회 안팎에서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일이 끊이지 않았지만 시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균형자, 피스메이커가 되기 위해 애썼다.
한 해 동안 교계의 관심을 끌었던 10대 뉴스

‘아듀, 한국교회 2010’을 선정해 소개한다.

 

1. 아이티 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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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이 1월22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르팽스 인근 카바레시에 3만 달러 상당의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2010년 1월 12일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대지진 앞에 교회는 만사를 제쳐놓고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아이티를 향한 한국교회의 사랑은 불꽃같았다. 맹렬한 불길이었다. 첫 불꽃은 긴급구호와 모금운동으로 나타났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을 비롯해 기아대책, 굿네이버스 등 기독 NGO들이 구호팀을 급파하고 필요한 물자를 지원했다.
또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은 한국교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1월 22일 아이티 카바레시에 3만 달러 상당의 구호품을 전달했다.
지난 13일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해원협)가 주최한 아이티 긴급구호 포럼에 따르면 한국교회와 기독교 관련 NGO가 모금한 금액은 190억원에 달한다.
불꽃은 연합사업으로 번졌다. 주요 교단과 기독 NGO들이 구호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이는 22개 단체가 함께한 ‘한국교회 아이티 연합’으로 열매를 맺었다.

 

2. WCC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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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 WCC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3월 25일 열린 미래목회포럼 12차 정기포럼에서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이 말씀을 선포하고 있다.


2013년 10월 부산에서 열릴 WCC 총회 준비는 지난해와 비교해 그다지 진척된 것이 없었다.
총회 성격과 주도권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및 WCC 회원 교단(예장통합 기장 기감 대한성공회) 간 의견 차이와 갈등이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회원 교단뿐 아니라 김명혁(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상복(할렐루야교회 원로),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등 복음주의권 대표들까지 포함된 20인 체제의 ‘총회 준비 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가 구성됐다.
기획위는 내년 1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준비위 구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5월까지는 한국 측 예배 감독 등을 선정해야 하기에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3. 한국이 선교주역으로
올해는 191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렸던 세계선교사대회 100주년을 맞아 기념대회가 줄을 이었다.
80여개국 현장 선교사와 선교단체 대표 등이 참가한 ‘도쿄 2010대회’는 실질적인 선교사대회를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100년 전과 같은 자리인 에든버러 어셈블리홀에서 개최된 ‘에든버러 2010’에서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아시아교회를 대표해 강연했다.
한국 선교학자 100명이 참가해 논문 100편을 펴낸 ‘2010 한국대회’ 등에서도 선교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4. 사임 부른 성윤리
올해는 여러 목회자들이 성윤리 문제에 휩싸여 교회를 떠나거나 곤욕을 치렀다.
성추행 논란이 일었던 전병욱 삼일교회 목사는 지난달 1일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한 사실이 있어 이를 회개하는 마음으로 당회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하나님 앞에 회개와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겠기에 교회로 돌아갈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했고, 삼일교회 당회는 최근 전 목사의 사임을 수용했다.
삼일교회를 개척, 크게 부흥시킨 입지전적 목회자이자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스타 목사의 낙마는 한국교회에 큰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서울 A교회 목사도 성추행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고, B교회의 경우 담임목사의 성 추문과 관련해 교인들이 분열돼 갈등을 겪기도 했다.

 

5. 8·15 대성회
올해 한국 교회가 치른 가장 큰 행사는 단연 ‘한국교회 8·15 대성회’(이하 대성회)다.
광복절 서울 시청 앞부터 남대문까지 60만여명의 기독교인들로 가득 찼던 일은 훗날까지도 역사로 남을 만한 사건이다.
1970년대 빌리 그레이엄 집회와 엑스플로 대성회의 맥을 잇는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던 대성회는 한국 교계 양대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함께 준비하고 개최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6. 중대형교회 리더십 승계
할렐루야교회 지구촌교회 과천교회 서울교회 등 주요 중대형 교회의 리더십 승계 작업이 올해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들 교회는 40대 중후반 내지 50대 초반의 이민 1.5세 또는 유학파를 담임목사로 받아들이면서 해외파 영입 신드롬, ‘해풍(海風)’을 일으켰다.
미국 남가주사랑의교회를 이끌던 김승욱(46) 목사는 11월 21일 김상복 원로목사에 이어 제3대 할렐루야교회 담임으로 취임했다.
미 뉴비전교회를 담임하던 진재혁(45) 목사는 12월 마지막 주일인 26일 은퇴한 이동원 목사로부터 지구촌교회의 수장자리를 물려받았다.
호주 최초의 한인교회인 멜본한인교회를 8년간 담임한 주현신(49) 목사도 지난 12일 과천교회 위임목사로 추대됐다.
이종윤 서울교회 목사는 29일 정년은퇴 감사예배와 원로·공로목사 추대 감사 및 고희기념 논문집 헌정식을 가졌다.
후임인 박노철(45) 목사는 구리지구촌교회 담임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서울교회 전도(설교)목사로 활동해 왔다.
박 목사는 1979년 중학교 3학년 때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간 뒤 캐나다 요크대,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 총신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미국 고든콘웰신학대 교수 출신 이문장(52) 목사는 김진홍 목사가 시무해 온 경기도 구리 두레교회에서 9월부터 김 목사와 함께 설교하면서 내년 후반에 있을 담임목사 취임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호산나교회(최홍준 목사) 수영로교회(정필도 목사) 등 부산의 대표적 교회도 후임 인선을 서두르고 있다.

 

7. 기독교 민영교도소 출범
지난 1일 ‘아가페 소망교도소’가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외룡리에 문을 열었다.
국내 평균 22.4% 정도인 재복역률을 3% 이하로 낮추겠다는 포부를 가진 국내 최초, 아시아 최초의 민영교도소이자 교화형 교도소다.
지난 6일 소망교도소에서 열린 개소예배에 참석한 교계 대표들은 기대감과 함께 감격을 드러냈다.
한국 교회가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힘을 모은 역대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가 실현돼 마침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8. 타종교와의 갈등
올해 템플스테이 예산지원과 KTX 울산역 명칭문제로 종교편향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매년 185억원의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템플스테이의 문제점을 처음 제기한 곳은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이하 대기총)다.
대기총은 “팔공산에 1200억원이 투입되는 불교테마공원 사업이야말로 종교편향의 대표적 사례며, 그 핵심에는 한국불교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목적으로 한 템플스테이가 들어 있다”며 반대운동을 펼쳤다.
지난 6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기총과의 면담에서 사업 재조정 의사를 밝혔지만 반발이 거세지자 조계종 총무원장을 찾아가 사과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결국 불교테마공원 사업은 백지화됐지만 총 8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템플스테이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KTX 울산역 명칭 논란은 지난 7월 울산기독교총연합회가 “신설역 명칭에 통도사를 부기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논란 끝에 역명은 ‘울산역(통도사)’로 결정됐다. 이런 논란 가운데 일부 청년들이 인터넷에 올린 ‘봉은사 땅 밟기’ 동영상은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역할을 했다.
올해 종교편향 문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은 ‘뚜껑을 열어보니 종교차별은 오히려 문제를 제기했던 특정종교에 있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부터다.

 

9. 감리교 내홍으로 허송세월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자치 80주년을 맞은 올해도 내홍으로 세월을 보냈다.
2008년 9월 감독회장 선거 파행으로 시작된 감리교 사태는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 감리회는 ‘선(先) 총회’ 측과 ‘선 재선거’ 측으로 갈려 거센 정치 공방을 벌였다.
선 총회 측은 6월 3일 하늘중앙교회에서 개별적으로 총회를 연 뒤 7월 12일 감독회장 선거를 실시, 단독 출마한 김국도 목사를 당선자로 선포했다.
본부가 주축이 된 선 재선거 측은 그 다음날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선거를 실시했고, 2개 연회 투표소에서 투표가 중지되는 우여곡절 끝에 강흥복 목사를 당선시켰다. 김 목사와 강 목사는 8월 20일 각각 총회를 개최하고 감독회장으로 취임했다.
2008년 선거에 이어 또 다시 2명의 감독회장이 탄생한 셈이다.
그러나 법원이 두 목사에 대해 차례로 감독회장 직무정지 결정을 내리고, 10월 말로 본부 각국 임원들의 임기마저 종료되면서 감리교회는 초유의 지휘부 공백 상황을 맞게 됐다.
법원은 결국 지난 10일 장로교 장로인 백현기 변호사를 감독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비록 ‘대행’이기는 하지만 타 교단에서, 그것도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가 감리교회의 수장이 된 것이다.
감리교 내부에서는 “교단 치욕의 날”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일부에서는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10. 긴박했던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올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전은 한기총 21년 역사상 가장 긴박했던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정작 대표회장 선거 당일 실행위원회에서는 길자연 목사가 김동권 목사에 125 대 59라는 압도적 표차로 앞섰지만 선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03∼04년 두 차례 대표회장을 지낸 길 목사의 재출마가 정관에 위배되는 게 아니냐며 논란이 벌어졌다.
갑론을박 끝에 길 목사는 9일에야 선관위원 9명 중 6명의 지지를 받아 후보가 될 수 있었다.
대신 두 후보가 법적 문제가 있을 땐 설령 당선됐더라도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합의를 하고 공증까지 받아야 했다.
후보 등록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으로 인해 두 후보의 자격 여부를 사회 법정의 판단에 맡기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이밖에 일부 선관위원의 자진 사퇴와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선관위원 해임도 이뤄졌다.
선거 전날에는 이광선 대표회장이 명예훼손으로 길 목사를 선관위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파란은 길 목사가 지난 9월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확정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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