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 드 디오스(Aqua De Dios)에서 생긴 일 ①

 

 글: 주정인 목사
<프리몬트 제일 장로교회>

 

<본보는 이번호부터 주정인 목사의 콜롬비아 선교 기행 및 감상을 수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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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왼쪽이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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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처음 콜롬비아 보고타 공항에 도착했을 때 현지 선교사님을 위시해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맞이해 주셨다.
부족한 나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환영을 해 주시나 하고 감회가 젖었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나를 환영해서가 아니라 나의 안전을 위해 body guard로 많은 사람들을 동원한 것이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콜롬비아는 좌파 게릴라와 내전을 겪고 있고, 마약이 유명하며, 마약과 항상 관련되어 있는 마피아가 진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internet에서 콜롬비아를 소개하기를 “가장 여행을 꺼려하는 나라“라고 소개 하고 있다.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나라인 콜롬비아에 하나님의 은혜로 10여 차례를 다니면서 신학교 강의, 목회자 세미나, 그리고 각 교회에서 영적각성운동을 해왔고 이번에는 수도 보고타에서 북쪽으로 4시간 떨어져 있는 인구가 8000명이 사는 작은 마을인 아쿠아 드 디오스(Aqua De Dios)에 저희 교회의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복음을 전하고 함께 사랑을 나누는 기회를 가졌었다.
   이 마을은 보고타 강을 경계로 격리되어 있다.
이 마을을  들어서기 위해 ‘비탄의 강’ (Bridge of the Sigh)를 건너야 한다. 왜 ‘비탄의 다리’이라고 이름이 지어졌을까? 아쿠아 드 디오스는 1870년 세워진 마을인데 한국의 소록도와 같이 한센병 환자들이 격리 되어 사는 곳이다.
“한센병이 전염병이 아니다.”라고 판명 난 한참 후인 1960년대까지도 이곳에 한번 들어오면 나가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가족 중에 한센병자가 발견되면 이 다리를 건너서 보내는데 이 때 가족들이 ‘이별의 비탄’의 눈물을 흘렸기에 그렇게 불렀다.
다리를 놓기 전에는 환자들을 바구니나 상자에 실어 장대로 밀어서 강을 건너 마을로 보내 졌다고 한다.
   한센병은 구약 성경에서도 등장하듯이 인류역사만큼이나 오래됐고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았던 병으로 한센병 만한 것이 없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을 거역한 부정과 죄의 징표로 묘사되어 혹독한 학대를 받았으며, 한때 한 국가 전체를 멸절시킬 위기에까지 몰아넣었던 페스트조차도 이토록 잔인하게 다뤄지진 않았다.
특히 이 병이 발병하면 환자는 철저히 버림받아 어둠 속에 영원히 격리되고 유폐됐다. 혈육마저 인연을 끊었다.
  우리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년 이상이면 기억할 것이다. 아무리 극악스러운 아이도 “문둥이가 잡아간다”는 한 마디면 울음을 뚝 그쳤다.
한센병 환자들이 병을 고치려 아이를 잡아 내장을 꺼내먹는다는 속설까지 널리 퍼져있던 탓이다.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뜨면/ 애기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미당(未堂) 서정주 선생의 시 <문둥이>에서 가슴 저미게 묘사한 그대로다.
   이 마을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센병 환자들이 이 마을 들어 왔을 때 먼저 거주하던 토착민들의 배척으로 동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들은 마을 외곽 외딴 곳에서 겨우 농사를 지으면서 변변찮은 정부의 지원으로 긴 세월동안 투병과 가족과 사회의 격리된 외로움과 주위 사람들의 냉대와 굶주림 등의 뼈아픈 삶을 살았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역시 가난과 여러 가지 아픔과 싸우면서 살고 있다.
   원래 이 마을의 이름은 토카이마(Tocaima)이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이변이 일어났다. 그들이 그곳에서 온천을 발견하고 목욕을 하면서 한센병이 치료를 받곤 했다.
그래서 그곳 이름을 치료의 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여 마을 이름을 ‘아쿠아 드 디오스’(Aqua De Dios) ‘하나님의 물’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핍박과 냉대를 했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아픈 마음을 그대로 버려두시지 않았다.
하나님은 그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낱낱이 감찰하여 위로하시고 해결의 방법을 주신 것이다.
  이제 나를 돌아보자. 지금 나는 어떤 고난과 역경 가운데 있는가? 하나님은 나를 잊어 버려셨는가 하고 탄식하는가? 낙담하지 말자, 탄식하지 말자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를 찾아와 나의 모든 고통을 치료해 주실 것이다.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 나의 고통과 염려를 기도하며 내어 맡기자.
   사역을 하기 위해 우리도 숙연한 마음으로 ‘비탄의 다리’를 건너서 계곡 사이를 이루고 있는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 아래부터 산꼭대기까지 이르러 다양한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게 피어 있어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아니 비경이라 할 만큼 감탄이 절로 나왔다. 콜롬비아를 ‘정원의 나라’라고 부르는데 정말 이 말이 실감이 났다.
거기에다 살며시 평화까지 마음에 스며드니 얼마나 좋은가! 누가 이곳을 한센 병자의 마을이라 하겠는가? 누가 이 마을을 눈물과 아픔이 젖어 있는 곳이라고 하겠는가? 마치 천지창조의 당시의 에덴동산을 보는 것 같다.
하늘과 맞닿을 것 같은 산동네는 마치 하나님이 그곳에 임재하시는 것 같아 절로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찬송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흘려 나왔다.
그곳에서 찬양을 하면서 사역을 할 때 마치 하나님 앞에서 뛰노는 것 같았다고 내 마음에 하나의 소원이 일어났다. “하나님, 여기가 좋사옵니다.” 이곳에 조금만 움막을 짓고 조용히 주님을 묵상하면서 그들과 함께 살고 싶어졌다.
   우리의 첫 사역은 초등학교에서 여름성경학교를 하면서 한센병자의 후예인 어린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세상에 때 묻지 않은 모습이 그들의 해맑은 눈빛에서 스며 나온다. 어찌나 귀엽고 예쁜지 미국으로 모두 데려가 키우고 싶었다.
아이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연상 땀을 닦고 옷을 적셔 가면서도 긴 시간을 짜증내지 않고 복음을 받아들인다.
이 어린아이들에게도 남미의 정열이 있어 함께 노래 부르고, 뛰고, 솟고, 춤추면서 신나게 지칠 줄 모르고 즐겼다.
   과연 그곳에 우리를 치료하게 하고, 구원하게 하는 ‘아쿠아 드 디오스‘(하나님의 물)이 있었다.
여름성경학교가 끝나고 집회를 가졌는데 그때에 ‘하나님의 물’이 터져 나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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