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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접하며 한국교회는 적지 않은 충격 속 사태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다. 보수와 진보교회는 “평화적 남북관계를 위해 교회가 기도할 때”라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지만 대북관의 차이는 여전했다. 교계 지도자들은 냉철한 자세로 민족복음화와 북한교회의 재건을 위해 기도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탈북자들은 “2만 탈북자들에겐 역사적인 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보수·진보교회 모두 “평화”, 시각차는 여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9일 논평을 내놓고 조문단을 구성해 남북 갈등 해소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파격적’ 제안을 했다. NCCK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며, 슬픔과 고통 가운데 있는 북녘 주민들에게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종교계를 비롯하여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조문단을 구성해 남북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NCCK는 또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으로 한반도의 안정이 깨어지지 않고 동북아의 평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협력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비롯해 한국교회언론회(교회언론회), 미래목회포럼 등 보수 교계는 북한의 신앙자유와 인권문제를 먼저 지적하면서 남북화해와 평화문제를 거론했다.
한기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은 북한 정세에 총체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이제 더 이상은 북녘 땅에서 자유와 인권이 말살되고 종교가 억압당하며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는 동포들이 없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또 “북한에도 100여년 전 평양대부흥 당시처럼 수많은 교회들이 세워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널리 전파되길 염원한다”며 “북한의 지도부도 이제 호전적인 사고를 버리고 역사와 국제 정세를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언론회도 “북한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선군 정치와 그에 따른 핵개발을 포기하고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에 대한 보장”이라며 “북한이 괄목할만한 인권 개선을 보인다면 한국교회는 더 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돕는 일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목회포럼은 “아직도 북한은 남침 야욕을 버리지 않는 상태에서 김정일의 사망은 한반도에 정치적 불안정과 남북한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며 “북한은 앞으로 평화를 저해하는 어떤 도발이나 전쟁 시도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냉철한 자세로 차분하게 기도하자=이처럼 진보와 보수교회가 엇갈린 입장을 내놓는 가운데 교계 인사들은 냉철한 자세로 평화적 통일을 앞당기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에 집중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대한성공회 김근상 의장주교는 “예측하지 못한 사망소식에 무척 당황스럽다”면서 “무엇보다 정치적 풍랑을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 된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이 사건이 순수하게 남북의 평화적 통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란다”면서 “무엇보다 크리스천들은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해 차분하게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아대책 정정섭 회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위축되지 않고 더 많은 사랑의 손길이 모아지길 기대한다”며 “기아대책은 북한의 영유아 및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고 앞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확대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인 강철호 서울새터교회 목사는 “오늘은 2만 탈북자들에겐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그러나 우후죽순 신흥세력들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내부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고 중국을 등에 업은 세력이 득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목사는 “기독교인들은 기도를 더 많이 해야 하고 혼란의 때에 북한 주민을 돕고 지원하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냉철할 때이자 기도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이번 사건이 향후 통일을 앞당기는 기회가 되기 위해 기도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조선그리스도연맹에 따르면 북한에 공식 교회는 봉수, 칠곡교회와 500개의 가정교회, 1만2000성도가 있다”면서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다양한 교류 가운데 북한 교회들이 다시 서도록, 동양의 예루살렘이었던 평양과 북한에 새로운 부흥이 일어나길 기도하자”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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