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긴다(Love Wins)' 출간 이후 美 교계 '지옥 논쟁' 계속되자

롭 벨 목사 입장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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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롭 벨 목사의 설교하는 모습.

 

“하나님께서 수천년 동안 수십억의 사람들을 창조하신 이유가 극소수만을 하늘나라로 데려가고 나머지 모든 사람은 영원히 지옥에서 고통받게 하시는 걸까? 어떻게 하나님께서 그러실 수가 있는가? 이것이 진정한 복음(福音)인가?”
최근 저서 ‘사랑은 이긴다(Love Wins)’에서 롭 벨(41·미국 마스힐바이블교회) 목사가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벨 목사는 책에서 “사랑의 하나님께서 단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았다고 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지옥에 보내서 고통받게 할 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벨 목사의 주장이 언론 인터뷰는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미국 교계에서는 때 아닌 지옥의 존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복음주의권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벨 목사의 주장에 대해 “다른 복음” “성경을 곡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남침례신학교 앨버트 몰러 총장은 “벨 목사는 지옥과 영벌의 개념을 사람들이 입맛에 맞게 순화해 결국 ‘다른 복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리 그레이엄의 손자 윌리엄 프랭클린 그레이엄(36·빌리그레이엄훈련센터 부국장) 목사도 기독교 잡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지옥의 존재는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엄은 “우리는 자신의 하나님, 즉 우상을 만들려고 할 때가 많다.
하나님은 긍휼이 많으시기에 지옥은 더 이상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하지만 나는 항상 성경은 뭐라고 말씀하시는가로 돌아간다.
‘지옥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레이엄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말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레이엄은 “지옥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은 바뀌고 있지만 천국이 실체이듯 지옥도 실체라는 점은 명백하다”며 “성경은 지옥이 결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고 하나님을 대항한 사탄과 천사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돼 있다.
사람이 하나님께 반항하려고 결심한 이상 그들(반항한 사람들)이 하나님과 완전히 분리돼 지옥에서 영원히 보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윌리엄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리버티대학교, 사우스이스턴 침례신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리처드 마우 풀러신학교 총장은 벨 목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 논쟁과 관련해 자신의 블로그에 잇따라 글을 올리고 있는 마오 총장은 “‘사랑은 이긴다’가 복음주의를 벗어나 보편구원론(모든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구원받는다)이란 신학의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로브 벨은 인색한(stingy) 정통주의에서 벗어나 관대한(generous) 정통주의로 우리를 초청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렇다고 마우 총장이 지옥의 존재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는 만큼 지옥의 선택권에 대한 자유도 인간에게 부여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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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총장은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신다. 만약 그것이 지옥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가질 수 있다 히틀러나 인신매매범 등은 스스로 지옥을 선택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6년 9월 당시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뉴스위크와 했던 인터뷰 내용을 다음과 같이 풀어서 소개했다. “그레이엄은 ‘예수님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고 했다.
그는 선한 유대인, 무슬림, 불교도, 힌두교도, 무신론자의 운명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것은 주님의 결정에 달려 있다. 누가 지옥에 있고 누가 천국에 있을까 추측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하나님의 사랑은 절대적이라고 믿는다. 그분은 모든 세상을 위해 당신의 아들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분은 어떤 종류의 사람이든지 상관없이(regardless of what label they have)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마오 총장은 이같은 그레이엄의 관점에 대해 “그는 보편구원론자가 아니라 예수님만이 유일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는 열정적인 선포와 함께 구제를 베푸는 관대한 신학의 관점에서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신의 저서가 미국 교계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자 벨 목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 벨몬트대학교 집회a 등 공개석상에서 “지난 몇주간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면서 “나는 지옥을 믿는다.
하나님께서는 다만 인간에게 거부와 거절, 죄에 집착할 권리에 대한 자유를 주셨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성경에는 지옥에 관해 많은 언급이 있다. 지옥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옥은 존재한다. 지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믿는 바가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사랑은 승리한다’의 집필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 책을 쓰게 됐다.
그렇게 경건한 사람들이 하룻밤에도 8억명의 사람들이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든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천국과 지옥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독단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예수님이 천국에 가는 티켓이라느니 하는 ‘대피신학’(evacuation theology)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룬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사람들로 하여금 놓치게 하는 위험성이 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친 것은 제자들이 하늘로 들려올라갈 것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이뤄지는 것이었다.”
휘튼칼리지를 졸업한 벨 목사는 풀러신학교에서 신학석사(M.Div) 학위를 받았다.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혁신적인 생각으로 ‘교계의 록스타’란 별명을 갖고 있다. ‘벨 목사발(發) 지옥논쟁’은 아직 국내에는 상륙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번역이 완료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 신학간 입장차가 너무나 확연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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