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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용호
나파 거주,

신음하는 지구촌(1994)과 물 있는 사막(1995)의 저자

 

식목일은 나라마다 봄의 한 날을 정해 국민들에게 나무를 심자고 권고하고 장려하는 날이다.
나무를 사랑하는 미국네브래스카시의 한 젊은이(J. Sterling Morton)에 의하여 1872년에 시작한 식목일(植木日, Arbor Day)은 세계 사람들에게 애림의식을 고취하는 범국민운동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의 식목일은 광복이후부터 한식(寒食)날과 더불어 지키는 4월 5일이다.
    나무는 심기만 하면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계속 자란다.
새들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치는 큰 나무도 누군가가 어느 옛적에 심은 나무다. 나무를 심는 목적은 다양하다.
‘보릿고개’를 체험한 한국의 제3대 대통령은 야산에 경제성이 적은 소나무대신 밤나무를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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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농촌에서는 땔 나무를 위해 나무를 심는데 강수량이 낮은 지역에서는 사막화가 두려워서 조림사업을 한다.
중국에서는 한때 황하를 홍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버드나무와 뿌리가 유난히 강하고 억센 수수를 제방에 심었다.
인도네시아의 원목회사는 나무 한 그루를 벌목하면 묘목 두 그루를 심도록 법의 규제를 받는다.
‘생존을 위한 물’(Water for Life)이라는 주제로 10년(2005-15)간 펼치는 UN의 세계적인 물 운동과 뜻을 마추워, 한국정부는 2009년부터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안보처럼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범국가적인 이 사업은 40년 전 경북고속도로건설을 반대했던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 특정종교지도자들, 분별력 없는 환경애호가들의 반대와 여러 법정시비에도 굴복하지 않고 계획을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진정한 완성은 국민모두가 한 그루의 식목을 했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강변을 따라 만들어 질 1,728km의 자전거 길, 929km의 생태하천, 생태습지 813평방km등 그 어느 한 부분도 나무 없이는 녹색공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어야 하는 첫째 이유는 우리인간이 발붙이고 사는 흙은 벌거벗으면 그 존재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땅은 식물들이 서식함으로만이 아름다워지며, 따라서 빗물까지도 저장하는 힘이 생긴다.
덕분에 홍수가 범람해도 침식이 억제되고 표토의 손실을 막게 되어 인간은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짓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나무가 숲을 이루면 온도, 일광, 습도, 비, 바람 등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식물이 없다면 오늘의 지구표면의 평균온도는 15도C가 아니고 영하50C가 될 것이라고 한다.
기후는 생물들의 번식과 성장을 좌우하는데 반해 생물체들은 스스로 그 기후에 적응해가며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오늘날 도시인들이 갈망하는 녹색생활환경은 수목만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소음을 포함한 부유분진(浮遊粉塵)등 오염된 공기를 억제하며 습도를 높이는 등 주거환경을 좋게 한다.
나무는 심어만 놓으면 오래오래 자라면서 인간에게 평화로운 마음을 준다.
어떠한 재난에도 쉽게 쓰러지지도 구애되지도 않고 꿋꿋이 생존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교훈까지도 얻게 된다.
네 번째 나무는 우리가 숨 쉴 때 배출 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신 산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초목이 광합성작용으로 한 사람이 매해 배출하는 온실가스(4톤) 모두를 흡수하려면 무성한 산림 1만 평방m가 있어야한다.
미국의 생태학자 밀러교수에 따르면 50년 된 나무의 목재 값이 $590이라면 한 그루의 나무가 50년간 인간사회에 주는 혜택은 목재 값의 33배에 달한다고 했다.
나무가 주는 혜택을 구체적으로 보면: 1)공해 방지(32%; 2)물 순환, 습도제공 및 기후조정(19%); 3)산소 제공과 이산화탄소 흡수(16%); 4)토양 비옥과 침식방지(16%); 5)야생 동식물의 서식처 제공(16%); 6) 단백질 제공(1%)이다.
    한국정부는 증가하는 목재수요를 위해 호주, 칠레,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에 30만ha에 나무를 심어오고 있다.
나라마다 나름대로 조림사업을 하지만 산림면적은 세계적으로 매해 0.9%씩 자취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국토의 66%를 차지하는 산림이 1990년부터 불가 7년 사이에 10만ha 이상이 감소되었다고 한다.
식목일은 도시민이나 나와 같이 조국을 떠나온 사람들에게는 쓸쓸한 날 이기도하다.
나무를 심을 땅도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식목일이면 지구를 떠나기 전에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어놓고 싶어 마음이 설렌다.
내 마음 같아서는 전쟁의 상처로 피폐해진 산천에 잠든 조상들의 영혼을 위해서 마음을 모아 ‘식목재단’을 만들어 녹색운동을 펼쳐보고 싶다.
네브래스카 시민들이 “식목일재단”을 만들어 지난 근 140년간 지구촌을 찾아다니면서 조림사업을 계속하고 있듯이.
“그 뿌리가 땅에서 늙는 동안 가지는 흙에서 죽을 지라도 물만 있으면 움이 터서 스스로 다시 새롭게 자란다”는 성경말씀이 있듯이 나무는 그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오늘 심은 한 그루의 나무는 ‘호랑이의 가죽’이나 ‘사람의 이름’보다 더 오래 세상에 남아 성장할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기념식수’를 하자는 것이다.
나는 헤어진 지 42년 만에 ‘철의 장막’에서 누님과 3박4일을 함께 지낸 적이 있다. 생존에 다시 만날 기약이 없기에 누님이 사시는 흙벽돌 아파트 뒤뜰에 버드나무 한 그루를 심도록 해드렸다.
가지들이 자라서 그늘을 만들면 누님이 이웃들과 무더운 여름날을 다소나마 시원하게 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돌이켜보면 이것이 내 80평생에 가장 보람된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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