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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이 잠시 지나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그 인생 70~80년도 적지 않은 고난과 역경이 따른다. 골프 한 라운드도 인생과 참으로 흡사하다. 오랜 골프 역사에서 완벽한 라운드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하는데 설사 흐름이 완벽해서 우승한 PGA 챔피언의 라운드에도 언제나 몇 번의 위기와 역경이 있게 마련이다.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자랑스러운 신지애 선수가 금년도 브리티시 여자오픈 3라운드 11번 홀에서 쿼드러플보기(+4, 일명 더블파)를 기록하고 언론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정말 11번 홀이 끝나기는 하는 걸까….’ 지금도 너무 당황해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 11번 홀(파4)에서 ‘양파’인 쿼드러플 보기를 기록할 때입니다. 가시덤불과 러프를 전전하며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겁에 질렸습니다. 라운드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었지요. 프로가 되고 처음 겪는 일이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한국 여자 프로경기에서도 첫날 10언더파를 친 선수가 다음날 +10을 치고 허물어진 기록이 있다. 토미 아머 1세는 한 홀 최다타인 23타를 쳤고, 그 최악의 기록은 아직도 PGA에서 유지되고 있다.
프로가 이럴진대 아마추어들의 라운드에는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이 찾아오겠는가? 그렇지만 정복되지 않는 바로 그 점이 골프의 매력이다. 그래서 ‘고난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처럼 고난과 역경을 이기는 지혜를 살펴 보기로 하자.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마 24:13)

1.한 타에 울지 말라
샷 하나 실수했다고 스코어가 망가지지는 않는다. 월터 하겐은 “모든 골퍼는 한 라운드에 4개의 나쁜 샷을 치게 마련이다”라고 이야기했고, 1400회에 달하는 나의 기록에도 통상 한 라운드에 핸디캡의 2배만큼 실수하는 것이 통계로 적혀 있다.
따라서 나쁜 실수의 샷이 나오면 그냥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피터 제이콥슨 프로는 “보기는 자명종 같아서 정신이 번쩍 나게 해 줄 수도 있다”고 말하는데 때로는 실수가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의 홀인원 세 번은 모두 지난 홀에서 실수를 하고 심기일전해서 친 좋은 샷이 홀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2.요동하지 말라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고 특별히 분노의 감정이 생겼을 때 치명적이다.
챔피언이나 고수들은 그 마음의 요동을 잘 통제하기에 그들이 빛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한국오픈에 출전했던 가르시아 선수가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갤러리를 향해서 클럽을 휘두르는 듯한 액션을 취한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명한 골퍼라면 분노의 감정을 효율적으로 다스려야 한다.
집을 짓되 깊이 파고 주추를 반석 위에 놓은 사람과 같으니 큰 물이 나서 탁류가
그 집에 부딪히되 잘 지었기 때문에 능히 요동하지 못하게 하였거니와“(눅 6:48)

3.긍정을 믿으라
요즈음 내가 골프장에서 가장 자주 하는 말이 ‘긍정을 믿습니다’이다. 현대그룹의 광고 카피인 이 말을 나는 중요한 퍼팅을 앞두고 어드레스를 할 때 꼭 입 밖으로 내는데 실제로 상당한 효험이 있다.
섹스 스캔들 이후 다소 주춤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이지만, 그는 매우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그는 “압박감 속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그런 생각과 느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4.고삐를 늦추지 말라
골프는 괜찮다고 잠시 방심하는 순간 위기가 찾아온다. 2002년 월드컵축구 4강 진출시 히딩크 감독이 “아직도 나는 배고프다”라는 말을 해서 유명세를 탔는데, 가능한 한 고삐를 늦추지 말고 목표를 향해 집중해야 한다.
배고픈 개가 사냥을 잘 한다(A hungry dog hunts best.)는 리 트레비노의 주장에 적극 찬성한다. 나는 농담 섞인 말로 “졸면 또 쫄면 죽는다”고 말한다.

5.단순명료하게 플레이하라
나쁜 상황에서 어떻게 리커버리를 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누구나 위기 상황에서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많은 골퍼들이 그 바람대로 플레이를 하다가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 그렉 노먼이 이런 말을 했다. “플레이를 잘 못하고 있으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골퍼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위기 상황이나 플레이가 안 될 때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의 샷으로 단순명료하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믿는다.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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