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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크리스천 김모(29)씨는 자타공인 ‘욜로족’이다.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 멋진 사진을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게 취미다. 

때문에 최근 교회출석이 뜸해졌다.

김씨는 “그렇다고 내가 기독교인이 아닌 건 아니다”며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멋진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나님도 내가 행복해하면 기뻐하실 것”이라고 했다.



#지난주 동료 목회자와 호텔 사우나를 즐긴 이모(38) 목사는 “우리 욜로족 같지 않으냐”고 말했다. 

호텔에서 열린 교계행사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커피와 디저트를 먹을 때도 “우리 목회자들이 너무 욜로족처럼 사는 거 아닌지”라고 했다. 한 끼에 몇 만원씩 하는 밥값과 음료값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는 “예수님은 가난하고 병든 자와 함께하셨는데 목회자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며 겸연쩍어했다.




욜로(YOLO)는 현재를 즐기며 사는 태도를 일컫는 신조어다.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의 이니셜을 따 만들었다. 


흔히 ‘오늘을 즐기라’고 인용되는 라틴어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과 유사한 표현이다. 

한 번뿐인 인생 충분히 즐기며 살다 가리라는 의미다.

이 말이 대중화된 건 2010년대다. 


2011년 유명 힙합가수 드레이크가 발표한 ‘더 모토(The Motto)’의 노래 가사에서 ‘You Only Live Once’와 ‘YOLO’가 등장한 게 계기다. 


‘더 모토’는 이듬해 미국 랩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욜로’ 역시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욜로문화가 이처럼 유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현재만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욜로문화로 나타났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오늘에 집중하려는 태도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즐거움보다 미래를 위해 투자했던 기성세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다. 

즉 아끼고 모아 부자가 되는 시대는 지났으며 지금 가진 것으로 삶을 풍요롭게 살면 그게 전부라는 태도의 변화가 ‘욜로 라이프’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달콤한 유혹들이 교회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혼자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리거나 기존 교회 모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대표적이다. 


‘나 홀로’ 문화가 늘다 보니 사회구제와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 


주일예배 시간을 여행, 취미활동, 연애 등으로 대신하는 크리스천도 적지 않다.


신학자들은 욜로문화는 현세적이고 세속주의적이며 감각주의적인 특징을 띤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독교적 세계관은 크리스천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고 그리스도 안에서 이 세상이 변화될 것을 기다리라고 가르친다(빌 3:19~20).


김한경 국제신학교육연구원 목회연구소장은 “기독교인의 자세는 현세의 삶을 즐기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온 우주에 임할 미래의 소망을 기다리는 것”이라며 “기독교 신앙과 배치되는 세계관이 교회 안팎에서 유행하는 세태는 신앙의 위기를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목회자들도 욜로문화의 확산에 대한 염려와 조언을 쏟아냈다.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은 “욜로문화는 일종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형태”라며 “물론 하나님께서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을 원하시겠지만 헌신과 충성, 희생과 결단이 없는 행동은 불신자와 다르지 않다. 


믿음은 행위가 따라갈 때 산 믿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성준 비전을꿈꾸는사람들 대표는 “세상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크리스천은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한 사람이다. 


그분을 만났다면 땅의 것에서 즐거움을 찾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으며 이타적인 삶을 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정형 기독문화선교회 대표는 “요즘 주일 오전예배만 드리고 개인 여가생활을 이유로 오후예배는 등한시하는 성도들이 많다. 교회가 점점 세상 흐름에 따라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고명진 수원중앙교회 목사는 “욜로는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만을 위해 자신이 가진 물질을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며 “하지만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우리는 한 번뿐인 인생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을 위해 사는 것만이 영원한 삶”이라고 했다.

전 이랜드 사목인 박계문 목사는 “자기주관적인 쾌락을 위해 ‘지금 즐기자’는 신앙의 기본을 잃어버린 행동이다. 


교회는 이런 사고가 주류가 되지 않도록 대안적인 신앙형태를 가르치고 진정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권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말씀의 전통은 고수하되, 시대적인 변화는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 목사는 “마태복음 5장에 소금과 빛의 역할을 어디서 하라 하셨는가. 바로 세상”이라며 “문제는 지금 그런 소금과 빛의 역할이 교회에서만 맴돌고 교회 밖(세상)으로 향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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