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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 <남가주 메시야 합창단원>


내가 최근 들어 자주 듣는 말이다. 테니스 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지고 만사 제치고 테니스 담화를 꽃피우는 내게 “아니 테니스를 치신단 말이예요?” 하면서 대단하다는 표정을 보인다.
나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힘든 운동을 그 나이에 계속한다구요? 용감하네”라고 대놓고 말한다.
 “팔이나 무릎 안 아파요?” “그거 위험할텐데 이제 그만하고 골프나 걷기운동을 해요”라며 진심으로 걱정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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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것은 10여년전. 남들은 치던 테니스도 접고 골프로 돌아서거나 하는 나이에 생초보자로 테니스 레슨이라는것을 받았다. 그
때도 주변사람들은 말렸다. 그때부터 용감하다는 말을 들었고 미쳤냐고까지 했다.
무슨 인연인지 만능스포츠맨인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사우스베이 테니스 클럽에 무조건 가입시키면서(반년치 회비까지 내줬다) 테니스에 입문했다.
마침 아이들 다 키우고 한인타운으로 이사해서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즈음이었다.
게다가 직장 동료중 전직 대학테니스선수가 “꼭 테니스 레슨을 받으며 시작해야 하고 선배에 대한 예우는 깍듯해야 한다”고 매몰차게 독려했다.
물론 어려웠고 다리도 1년동안은 기어다닐 정도로 아팠다. 초보자로서의 설움도 많이 당했다.
오죽하면 날 입문시킨 은인이나 선생처럼 날 독려한 직장동료조차 코트에서는 상대해주지 않고 외면했다.(테니스 실력이 늘고 나서는 그마음을 100% 이해했다)
어려움을 다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테니스가 정말 재미있었다는 사실이다.
골프도 10년을 쳤지만 늘 카트타고 주변경치 감상하는 정도였는데 테니스와는 완전 궁합이었나 보다.
한인타운 직장에서 끝나자마자 엄청난 트래픽속에서 사우스베이로 내달렸고 밤 10시 불이 꺼질때의 최후의 1인으로 머물렀다.
그외에도 테니스를 칠수 있거나 배울 수 있다면 남가주 어디든지 다녔다.
한국휴가시에도 테니스 라켓 두자루를 짐에 꼭꼭 싸넣었다.
용돈으로 쓸만한 돈은 모두 테니스 라켓과 옷, 운동화등에 쏟아넣었고 주말 시간은 모두 투자했다.
피부가 새까매서 흑인같아져도 개의치 않은 시간들이었다.
한마디로 용감한 여자란 타이틀은 사실은 무식해서 나온 것이다.
재미있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며 왜 못하겠냐, 머리 하얗고 걸음도 제대로 못걷는 할아버지들도 치는데 못할 것이 뭔가라는 무지함이 자칭 테니스선수의 출발점이 되었다.
어린 시절 달리기 대회에서는 일등을 놓치지 않았던 숨은 이력(?)이 지금 생각하니 테니스를 중단하지 않게 한 일등공신인 듯 하다.
어느 시인이 말한대로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코트의 상하좌우로 무진장 뛰어다니면 공을 되받아쳐야 하는 격렬한 체력을 끊임없이 요하는 테니스를 중년이 훨씬 지난 나이에 시작하는 것을 한참 망설였을 것이다.
무식해서 시작했던 어쨋든 테니스가 있어 현재의 나는 정말 행복하다.
세컨 커리어로 열심히 일하면서도 되도록 테니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테니스 잘 치고 열심히 매진하는 사람을 늘 존경하고 사랑한다.
나를 테니스사랑에 흠뻑 빠지게 해준 그 정신과 의사를 은인으로 여기고 초보자인 날 인내로 상대하고 격려해준 선배 동호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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