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사례로 본 '이단'의 실체 & 이렇게 대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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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런 조악한 사이비 교리에 넘어갈 수 있나.” 대다수 크리스천들은 이단·사이비 종교에 미혹되는 사람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는다.
그러나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이단의 포교 덫에 걸려드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단에 잠시 빠졌던 장로교회 한 전도사는 “이단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정상적인 교회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경 말씀을 근거로 온갖 위장수법을 동원해 이단 교리를 주입하기 때문에 이단 종교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기독교 주요 교단이 총회 직후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이단으로 결의된 교파는 20개가 넘는다.
여기에다 신비주의 계열을 비롯해 이단성을 의심받는 단체까지 합치면 70여개 이단들이 국내에서 포교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단들은 세력이 약해지더라도 내부에서 유사한 이단을 따로 만들어 떨어져나가 간부를 배출하거나 후계자를 세우는 방식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관계자는 14일 “최근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미혹되는 신도들이 늘어나면서 이단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실태가 크게 노출돼 있지 않지만 신천지의 3∼4배 이상 신도들을 거느린 이단들이 그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단의 폐해는 이혼, 자녀 가출을 비롯한 가정 파탄부터 성범죄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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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말씀을 근거로 온갖 위장수법을 동원해 이단 교리를 주입하기 때문에 이단 종교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설문조사 덫에 걸린 40대… 각서까지 쓰고 몰래 다닌 교회
이선영(가명·41·여)씨는 2003년 가을 “간단한 설문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30대 후반 여성 두 명에게 문을 열어줬다.
설문 내용은 ‘성탄절이 예수님의 탄생일인가’ 등이었다. 설문조사가 끝나자 이들은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큰 재해가 이전보다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종교와 관련이 있다”며 “성경 공부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후 1주일에 한두 차례 집으로 찾아와 이씨의 두 살짜리 아기를 돌봐주면서 ‘성경 말씀’을 가르쳐줬다.
또 여러 차례 밖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집안 얘기도 서로 털어놓으면서 친분이 깊어졌다.
성경 공부를 한 달쯤 한 뒤 이씨는 서서히 ‘구원론’에 빠져들게 됐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남편이 말렸지만 이씨는 몰래 교회에 다녔고 건축 헌금으로 400만원을 내기도 했다.
교회 문제로 갈등이 격화된 이씨 부부는 2006년 잠시 별거를 했다. “다시는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이씨가 약속한 뒤 부부는 합쳤지만 3년간 정을 쌓은 ‘교회 언니들’이 이씨에게 끊임없이 연락을 했다. 마음이 흔들려 다시 교회에 몰래 다닌 이씨는 2009년 남편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하기까지 했다.
교회 사람들은 이씨에게 “나중에 법정에서 쓸 수 있도록 진단서를 꼭 끊어 놓으라”고 했다.
이씨는 ‘남편을 속이고 다시 교회에 나갈 경우 양육권과 재산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쓴 뒤로도 몰래 교회에 다녔다.
가정이 파탄에 이른 이후에야 이씨는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당시 남편은 회사가 부도난 뒤로 술에 빠져 있었고 더 이상 아내에게 교회에 나가지 말라는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이씨는 “빚까지 질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지니까 남편이 별 말 없어도 계속 신경 쓰이고 맘에 걸렸다”면서 “마지막으로 상담을 한 번 받아보고 그래도 이단이 아닌 거 같으면 인정해주겠다는 시누이 권유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10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의 도움을 받아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결의된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안상홍증인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3일간 상담을 받았는데 처음엔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멍했어요.
우리를 구원해주시는 분은 교주가 아니라 예수님 한 분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 8년간 배운 구원론이 한순간에 다 깨진 거예요.
잘못 알고 있는 성경 구절들도 너무 많았어요. 아, 그동안 내가 뭘 믿었나 하는 허탈감이….”

언니들 친절에 이끌린 50대… 버젓이 '이단 출입 금지' 푯말
김연경(가명·53·여)씨는 두 명의 언니들과 ‘○○교회’라는 간판이 붙은 낡은 상가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입구 게시판에는 ‘이단 출입을 금합니다’라고 붉은색으로 표시된 인쇄물이 붙어 있었다.
지난 6월 평일 오전이었는데도 교회 안에는 40여명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여성 신도들이었다.
강대상에선 한 강사가 ‘성경 말씀’을 가르치고 있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강사는 성경 구절을 여러 차례 찾아보도록 하면서 각각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설명했다.
강대상 뒤편에는 하얀색 대형 칠판이 걸려 있었다. 성도들이 외치는 ‘아멘’ 소리는 예사롭지 않았다. 김씨는 “강의 중간 중간에 ‘아멘’이라고 단체로 크게 외치는데 훈련된 것처럼 들렸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전날 서울의 한 기도원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 ‘크리스천’ 2명으로부터 이 교회를 소개받았다.
이들이 싸온 떡을 나눠먹으면서 한참 얘기를 나눠보니 둘은 50, 60대 신앙심 깊은 언니들로 보였다.
50대 여성은 찬송가를 부르다 왈칵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들은 자식 얘기, 남편 얘기를 한참 나누다가 친해져 가끔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날 오후에 60대 여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오빠가 ○○교회 장로예요. 오빠가 ○○○선교원을 소개해줬는데 말씀이 참 좋대. 내일 함께 가봐요. 그냥 바람도 쐬고 밥이나 같이 먹는 거니까.”
김씨는 “푸근하게 잘 대해주고 또 뭔가 사연이 있는 교인들이구나 하는 측은한 마음도 좀 있어서 경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들과 여러 차례 만나 어울리던 중 한 기독교 방송의 이단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나서야 “확실히 이상하다”고 느꼈다.
방송에서 소개된 이단교회 분위기가 바로 자신이 찾아갔던 교회와 비슷했던 것.
<크리스천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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