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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식 목사  
<음악박사, LA코리안유스오케스트라 단장>


몇 년 전 한국의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에서 조선시대 로켓무기라고 할 수 있는 대신기전(大神機箭) 복원에 성공했다는 보도를 흥미 있게 접한 적이 있다.
대신기전이라는 무기는 긴 대나무에 종이화약통을 장착한 후 공중에 쏘아 올려 적진에 떨어질 때 화약통이 폭발하도록 고안한 무기라고 하는데, 1474년 세종 때 기록된 '병기도설'을 토대로 완벽하게 복원했다는 소식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예전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사극을 잠시라도 보게 되면, 사극의 배경이 되고 있는 과거의 모든 실물을 완벽하게 복원하여 화면에 재현하려는 노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음악분야에도 이런 노력이 있어왔다.
80년대 초 신학생 시절에 교수님 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음악애호가이셨던 교수님은 차 한 잔과 함께 LP음반 하나를 꺼내시며 '정격연주'로 녹음한 메시야인데 들어 보겠냐고 하셨다.
정격연주가 무엇인지 여쭤보았다.
간단히 말해 작곡당시 연주법을 재현하려는 새로운 노력으로, 예를 들어 메시야를 연주할 때, 현대 피아노 대신 당시의 건반악기였던 쳄발로를 사용하고, 여성 소프라노와 앨토 대신 보이(boy) 소프라노와 앨토로 합창단을 구성한다는 말씀이셨다.
정격연주(authentic performance)라는 낯선 말이 나에게 이렇게 다가왔다.
내가 몰랐을 뿐이지, 지나간 시대의 음악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시도(음악전문용어로는 performance practice)는 1950년대 이후에 꾸준히 있어왔고, 지금은 그 정도가 지나칠 정도이다.
'대신기전'의 복원, 정격연주 등과 같이 분야마다 전문성이 한층 더 심화된 시대에 우리 자녀들이 살고 있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과 매우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요즘에 쏟아져 나오는 음악교재를 보자. 악기의 기본연주법을 동영상으로 담고 있는 DVD와 연습곡을 녹음한 오디오 CD는 기본이다. 그뿐인가? 컴퓨터를 이용해 모니터에 나오는 악보를 보며 연습곡을 레코딩하면 컴퓨터가 조언을 해준다.
CD 한 장에 1,0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의 악보가 실려 있다.
어느 악기든 'how to play...'로 인터넷에서 구글(google)하면 동영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예를 들어 타악기 중의 하나인 glockenspiel의 연주법을 알고 싶다면, 'how to play glockenspiel'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된다.
음악교육 환경이 놀랍도록 좋아졌다. 역사 이래 가장 좋은 환경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에서 출판되는 음악교재가 단연 뛰어나다. 음악교육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하는 전문단체와 학회도 매우 다양하다.
미국에 유통되는 악기는 전 세계에서 경쟁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악기를 구입할 수 있다.
미국의 많은 학교가 음악교육을 포기해도, 악기를 무료나 저비용으로 교육시켜 주는 비영리단체가 많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음악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어떤가? 좋은 음악환경에 비해 배우려는 의지가 미약하다.
아이들이 마음먹고 매일 악기연습을 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새 학기에 우리 자녀들에게 악기를 선물하려는 계획이 있다면, 마음먹고 배우려는 의지도 함께 선물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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