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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희 전도사 <북가주 메시아 합창단 단원>


가끔 나는 한국에 사는 동안 내가 가장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하고 싶은 단어들을 머리 속에서 그려 본다.
그 단어들에는 “섬진강 나루” “동행” “오솔길” “어제” “슬픔” “들장미” “설래 임”“홍도야 울지 마라”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가을 비 우산 속” “다행 이다” 등 유행가 도 있다.
섬진강 나루는 고즈넉한 오후 허름한 배위에 빗 바랜 바지저고리 노인이 노를 잡고 시간이 멈춘 듯 슬렁 슬렁 노 젓는 모습이 잔잔한 모래물결 모래 사장 앞 오손도 손 앉아 소박하게 조개 껍질 소꿉 놀이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래 위에 알 수 없는 그림 글 그리고 젖은 모래.
그 위에 덮으며 노는 아이들 섬진강 단어가 계절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같이 가서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6년 전 한국 산수를 보고파 그리워하는 친구가 시간을 내어 내년 봄에 섬진강 나루를 걸어 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때 그 순간 잊고 있었던 단어를 되찾은 느낌... 
그런데 우리는 그 약속을 아직도 지키지 못한 채 하~염 없이 시간 만 흘러 보내고 있다.
동행 이란 인생에서 누군가 함께 길을 걸으며 서로를 벗삼고 의지 삼아 걸어가는 걸음걸음 마다 너 가 있어서 좋고 내가 있어서 좋은 그런 동행이란 단어 자체가 있어서 좋다.
오솔길은 어린 시절 딱 한 사람이 지나 갈수 있도록 오밀 조밀 작은 발 자국 남기며 조용한 숲을 따라 꽃도 따고 풀도 따고 벌래 나비는 풀섶 사이사이로 나폴 나폴 나르며 솔솔 불어오는 바람 따라 실려오는 숲의 향기 그 고요함 속에 잔잔히 울려대는 벌래 소리가 나를 즐겁게 한다.
그래서 오솔길은 나를 잊게 하고 세상과 잠시나마 분리된 느낌이라 좋아 할 수 밖에 없다.
어제란 말은 지나간 오늘로 오늘이 내일이 되면 어제로 가버린 날은 아쉬움을 남기어 그 단어에 미련을 느낀다.
어제는 어제로 영원히 돌아 올 수 없는 시간이 되어 과거로 남아 후회하지 않는 어제로 살았나 반성 하고 삶을 돌아보며 추억의 한 모퉁이로 사라져 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 어제처럼 무사 안녕을 기원 해본다.
우리는 단 1초 앞도 내다 볼 수 없기에(멈춘 1초 신아람) 슬픔 슬픔이란 단어 자체는 보기 만 해도 눈에서 눈물이 줄 줄 떨어지는 설음이 배어난다.
요즘 세상은 슬픈 일이 일어나도 자기 만의 문제가 아니면 곧 바로 잊어버리는 망각 속에 
자기를 가다 두어 감성이 무시된 관심 밖 세상이 된 세상의 모습이라 큰 슬픔이고 슬픔을 느낀다.
그만큼 우리 내 사는 것이 빡빡하고 몰 인정스럽게 느껴져 안타 갑 게 여겨진다.
들장미는 이 국적인 냄새를 풍기며 우리나라 토종 꽃이 아닌 동화 속에 나오는 노란 머리, 눈 큰 예쁜 소녀가 상상 되어 잠깐 짧은 순간 막연히 먼 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충동을 안겨준다.
설래 임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상이 아니기에 단어 자체에 마력을 가지고 있다.
가령 소풍 가는 날은 일 주일 전부터 손가락 꼽아가며 한밤 한밤을 세어나가고 그 날이 오면 들뜬 마음은 줄어들고 설래 임은 끝이 난다 여름 방학 추석 설날 크리스마스 일정에 없던  여행과 공휴일들 이런 날들은 끊임없는 설래 임을 몰고 온다 아이구 좋아라!! 뭘 할까?
사실 아무 할 일도 없으면서 괜한 기다림 이유 없는 기대감 그것이 좋던 아니던 설래 이는  그 순간 순수한 동심을 맛보게 한다.(지금도 공휴일은 설래 임을 안겨준다)
“낙동강 강 바람에 치마 폭을 감싸 안으며 군인간 오라~버니 소식도 업~시이이”“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 오빤 강남 스타일은 아니지만 든든한 버팀 줄이 될 테니 굳건히 살라는 위안 진작에 오빠가 힘이 되어 줬다면 울어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 노래는 우리 아버지 노래로 서민들이 시름 풀어내던 동내 술집에서 젓가락 두 두려 가며 너도 나도 여흥을 돋구는 노래로 많이 불려졌고 그 젓가락 두드리는 사람 중에 나의 아버지도 언제나 계시었다 짜라 짜라 짠 짠 짜 잔 짠 짠~으로 끝을 맺고 래파토리는 자연스럽게 “양복 입은 신사가 빈대떡 집에서 매를 맞누나” 로 이어져 갔다.
그 시대에는 너무도 자연스런 풍경이고 동내 술집은 지금의 노래방 역할 이라고 할까?
그래서 그땐 너도 나도 일류 가수로 목청 큰 사람이 도맡아 자기사연이 있는 노래만 실컷 불렀다 남은 안 중에도 없이.. 그러면 좌중은 박자를 맞춰 가며 저 마다 젓가락을 두 두려 가며 내 설음인 냥 가락에 몸을 실어 준다.
가을 바람이 솔솔 분다 아쉬운 옛 님이 생각난다.
그이도 날 가끔은 생각 할까? 괜한 생각해본다. 그래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바람 맞춘 옛 사랑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이건 왠 시츄웨이션 나의 청순시절 미련하게 기다리다 지쳐 물만 애꾸 준 물만 마셔가면 5분이 5일 같은 시간을 보낸 명동의 TIME 다방 꽃 다방이 생각난다.
나를 기다려 주고 내가 기다린 가을 다방 쓸쓸히 나는 맞이 하련다 이 가을 옛 추억에 잠기어 다시 올 수 없는 내 청춘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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