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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째 연합목회 사역이 이뤄지고 있는 새들녘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생일잔치를 하고 있다.


박범서(54·예수마음교회) 목사가 연합 목회 방식으로 눈을 돌린 건 올 초부터다.
3년 전부터 의정부 지역내 비슷한 연배의 개척·미자립교회 목회자들과 매주 정기모임을 가져오던 중 다른 목회자 2명과 함께 결심한 것이다. 모두 50대 초중반 나이로 사실상 ‘마지막 목회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성도 수는 10여명뿐이고, ‘투잡’ 없이는 가계 유지가 힘든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더라고요. 교단 노회에서는 재정지출이 부담이 되어서 그런지 노회내 개척교회 수를 계속 줄이려고 하고 있고요.” 지난 5일 경기 의정부 호원동에서 만난 박 목사 얘기다.
공교롭게도 박 목사와 의기투합한 배모(53), 김모(51) 목사도 서로 비슷한 처지다. 이들은 현재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교회를 뭉칠지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개척·미자립교회, 이른바 ‘작은 교회’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성도수와 재정 부족으로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연합목회(또는 공동목회)로 끊어보자는 것이다. ‘뭉쳐야 산다’는 것.
연합목회 방식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한 건물에 여러 교회가 다른 시간대별로 예배를 드리면서 교회 운영은 각각 따로 하는 ‘한지붕 다(多)교회’, 즉 건물만 공유하면서 월세를 분담하는 방식이 있는데, 보통 3개 교회 이내가 기준이 된다.
일정 기간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담임 목사를 맡고 나머지 목회자들은 협력하는 ‘로테이션 목회’, 설교·양육·상담 등 역할을 나누는 ‘분담 목회’ 등 지역 및 목회자 특성과 여건에 따라 연합목회 형식은 바뀔 수 있다.
인천 부평에 거주하고 있는 장우석(51) 목사도 1년 전부터 연합목회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서울과 안산, 수원, 용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뜻이 맞는 목회자들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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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목회를 준비 중인 박범서 목사가 5일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상가건물 3층에 위치한 예수마음교회에서 빈 의자를 정돈하고 있다.


함께 목회할 장소는 서울 강서구 지역에 이미 구한 상태. 장 목사가 구상하는 목회 방식은 ‘한지붕 다교회’ 방식이다. 3개 교회 이내로 구성하며, 주일 예배는 시간대별로 나눠서 드릴 예정이다.
월세는 동일하게 분담하면서 교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각종 연합 행사(부활절·성탄절 등) 등은 함께 개최하는 방식이다.
충남 아산지역에서 동역자를 구하고 있는 김인준(40) 목사는 단독 목회에 대한 미련을 비교적 일찍 접은 케이스다.
대전과 천안에서 5년 정도 개척 목회를 하다가 줄줄이 문을 닫는 이웃 개척교회 동료 목회자들을 보고 생각을 바꾼 것. “현재 5명의 목사들이 모였는데, 목회 경력은 5∼20년까지 다양해요.
교단(예장합동, 기하성)까지 달라서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 가면 좋을지 방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 이들 목회자의 포부 뒤에는 따르는 고충과 고민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연합목회를 준비 중인 민걸(62) 목사는 “적지 않은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연합목회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단기성과주의, 즉 빠른 시간 내에 어떤 열매를 찾고 싶어하는 조바심 때문에 연합 목회가 틀어지는 경우가 잦다”고 경험담을 꺼냈다.
이에 대해 서울에서 5년째 3명이 함께 연합목회를 펼치고 있는 새들녘교회 박태순(42) 목사는 “함께 목회하기로 결정했다면 서로에 대한 생각들,즉 목회관이나 가치관 등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저마다 목회에 대한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 신뢰와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목회 희망자들의 공통된 주문도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우리들은 지금 맡고 있는 교회도, 재정도, 조직도 없습니다.
작은 교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대안으로 연합목회가 자생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관심을 갖고 나서줘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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