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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업 지휘자
<연세중앙교회 시온성가대 지휘자>


작은 일에 충성하니 큰일 맡기심을 체험해
주의 일은 언제나 하고자 할 때 복을 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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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성가대 상반기 감사예배에서 연합성가대를 지휘하는 윤승업 지휘자.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결혼하고 독일로 유학을 가서부터였다.
내가 거주한 바이마르에도 한인교회가 하나 있었다.
유학 초기라 낯선 외국 생활이 외롭기도 하고, 먼저 온 한국분들께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움을 얻으려고 한인교회에 다니게 됐다.
그곳은 50여 명이 출석하는 작은 교회였는데, 성가대가 늘 찬양을 하고 있었다. 지휘를 공부하던 나로서는 자연스럽게 성가대 쪽으로 자주 눈길이 갔다.
성가대원은 열 명 남짓했고, 지휘는 작곡 공부를 하는 여자 성도분이 맡고 있었다.
보기에도 참 열심히 지휘를 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분이 계속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휘하던 여자 성도의 남편이 다른 도시에 있는 오페라 극장에 갑자기 취직하는 바람에 가족 모두 그쪽으로 이사했다.
성가대 지휘자 자리가 갑자기 공석이 되자 지휘 공부를 하던 나는 자연스레 지휘자 후보에 올랐다.
그런데 당시 성도 중 유일하게 지휘 공부를 하는 나를 지휘자로 바로 임명하지 않고 후보에 오르내리게 하는 것이 내심 불만스러웠다.
더군다나 하나님 말씀에 은혜를 받지 못해 믿음이 없던 나는 그 자리가 얼마나 귀하고 값진 줄을 알지 못하고 학업을 이유로 성가대 지휘자를 하지 않으려고 다짐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당시 바이마르한인교회 담임목사님께서 우리 집까지 찾아오셨다.
목사님께서는 후에 바이마르한인교회 담임목사님이 되신 김응석 집사님을 대동하셨다.
교만할 대로 교만하던 나는 나 나름대로 준비한 말을 늘어놓으며 성가대 지휘자 자리를 거절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참 동안 말을 아끼던 김응석 집사님께서 입을 여셨다.
“주의 일은 ‘아멘’ 하고 무조건하는 것이 복 받는 길이에요.”
복을 받는다는 것! 그동안 내 인생을 성공시키고 싶어 수많은 시도를 해 오면서도 정작 하나님께 복 받는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전문지휘자인데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작은 교회 성가대를 지휘하면 교회가 득보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내가 복을 받다니? 도대체 무슨 복을 받는다는 거지?’
‘혹시나! 하는 막연한 기대에, 준비했던 거절을 하지 못하고 생각지도 못한 “아멘”을 해 버렸다. 당시 나는 가끔씩 주일 예배를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바이마르 성가대 지휘자로 임명받고부터는 하는 수 없이 주일예배를 빠지지 않게 되었다.
주일을 지키지 않던 자가 주일을 지키는 자로 바뀐 것이다.
그렇게 주일을 지키다 보니, 그 전에 들리지 않던 목사님 설교 말씀이 들렸다.
말씀을 깨닫지 못하던 자가 깨닫는 자로 바뀐 것이다. 말씀이 들리니 성경에 기록된 말씀들이 하나하나 믿어지기 시작했다. 믿음 없던 자가 믿는 자로 바뀐 것이다.
나는 그동안 복이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복은 망할 짓만 하던 자를 복 받을 일을 하는 자로 바꿔 주시는 것이었다.
처음에 열 명에 불과하던 성가대가 계속 부흥하여 내가 졸업하고 그 교회에서 나올 때에는 40명 정도 됐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40명 성가대를 지휘하던 내가 지금은 연세중앙교회 상임지휘자가 되어 시온성가대와 찬양할 때는 200여 명, 그리고 연합 성가대로 찬양할 때는 1000명에 가까운 성가대를 지휘하는 큰 축복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렇게 찬양하려 하는 자에게는 작정하고 복을 주시나 보다.
만약 내가 바이마르에서 내 생각대로 한인교회 성가대지휘자 직분을 거절했다면 지금 이렇게 하나님이 주신 큰 축복을 알지도 못하고 살다가 죽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주의 일은 겉보기에는 해가 될지언정 “아멘”으로 일단 수용하면 그것이 나중에 큰 축복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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