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그저 함께 있음이 익숙한 사람, 아내는 시간이 흐르면 실로 그런 존재가 된다. 

그런데 그때 즈음 진짜 사랑을 배울지 모를 일이다. 

노인의 작은 몸이 주는 메시지는 언제나 우리를 감동시킨다. 

"나 합창대회 연습하는데 좀 데려다 줘. 
그 전엔 말 한마디도 안 할테야."

투병중이지만 노래를 부르고 싶은 부인은 남편에게 간절한 요구를 한다. 

하지만 남편은 동네 사람들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못하는 ‘까칠남’ ‘심술탱이’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괴팍한 성격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부인을 끔찍이 사랑하는 소위 '아내 바보'다. 

폴 앤드류 윌리엄스 감독의 ‘송포유’는 사랑하는 부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합창 오디션에 도전하는 까칠한 노인과 연금술사 합창단의 유쾌한 미션을 담은 휴먼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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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에 무표정한 모습으로 동네에선 ‘왕따’ 신세인 아서(테렌스 스탬프)지만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아내 메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에게는 나름 자상한 남편이다. 

합창연습장에 가고 싶다는 메리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요량으로 휠체어를 밀며 복지센터에 왔지만 그는 담배만 피우며 그저 문밖에서 서성인다. 

이를 본 시골 음악 선생이자 합창단 열혈 멘토인 엘리자베스(젬마 아더튼)가 그에게 손길을 내민다. 

원제 ‘Song for Marion’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이렇듯 아내 메리언 이외에는 남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주인공 아서가 연금술사 합창단에 들어가 춤과 노래를 배우며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리고 관객들에게는 따스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많은 시간을 함께한 노년들의 사랑에는 깊고 잔잔한 ‘강 같은 사랑’이 있다. 

아서가 홀로 서있는 장면을 종종 멀리서 잡는 앵글, 이를 돕는 아름다운 선생님,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 스티비 원더의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신디로퍼의 ‘True colors’, 빌리조엘의 ‘Lullaby’가 흘러나오면 설명할 수 없는 아련함이 밀려온다. 

또한 솔트 앤 페파의 ‘Let‘s Talk About Sex’를 합창하거나, 느릿느릿하게 랩을 할 때면 웃음이 터진다. 

부부는 신비로운 관계이다.

지지고 볶고 살면서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멋질 것도 없는, 그러나 나를 사랑하듯 사랑하게 되는 사람들, 부부... 

이 아름다운 계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부르자. 

조금 못 부르면 어떠하랴, 사랑하는 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자. 

사랑하는 이에게 노래
가사에 의지해 사랑을 고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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