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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3회 생명대행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낙태 반대 주장을 담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는 모습.



임산부 결정권, 태아 생명권 팽팽히 맞서

시민단체들 공론화에 앞서 국가적 입장제시 촉구



청와대가 임신중절(낙태)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찬반양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국가의 보육 책임까지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다. 


이번 공론화는 5년 만에 낙태죄 위헌 여부를 다루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012년 8월 23일 낙태죄에 대해 4(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낙태를 처벌토록 규정한 이래 헌재가 내린 첫 판단이었다. 


위헌 정족수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임부(妊婦)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존중’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셈이다.


당시 결정문을 보면 이강국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재판관은 낙태죄 유지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임신 24주 이후에는 임부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함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일부 급진적 여성단체가 주장하는 낙태죄 전면 폐지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들은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에 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게 되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된다’ ‘국가는 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 정도나 보호 수단을 달리할 수 있다’ 등의 논거도 제시했다. 


특히 임부의 건강을 위해 태아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임신 초기(1∼12주) 낙태는 허용해줄 여지가 크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임신 초기 낙태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고 낙태죄 규정이 사문화돼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상당수도 특정 기간을 정하되 현재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하는 허용 사유를 조금 넓히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 대표는 “16주 이하가 산모에게 덜 힘들고 태아 성장도 덜하다”면서도 “청소년들은 12주를 넘기도록 임신 사실을 모르기도 하는데 이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선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장은 “형법상 낙태죄 폐지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일단 낙태죄를 폐지하고 나면 의학적으로 유도분만선인 24주 등 여러 기준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공론화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낙태죄는 처벌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문화된 법으로 남아 있는데 출산율이 낮아지니까 문제 삼는다”며 “낙태에 대한 국가적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은 “낙태가 불법임에도 이미 빈번하게 임신중절 수술을 하고 있다”며 “법이 사문화돼 시민들은 낙태가 불법인 줄도 모른다”고 했다. 


헌재는 지난 2월 낙태를 한 여성과 수술한 의료진 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 중이다.


관건은 이진성 신임 헌재소장의 취임으로 9인 체제로 복귀한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다.  이 소장은 지난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한적 낙태 허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태아의 생명권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바로 임신한 여성”이라며 “그런 여성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낙태를 선택할 수도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결정)했듯 일정 기간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창호 재판관은 2012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태아도 하나의 생명체인데 인간이 아무런 제약 없이 중절 수술을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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