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과세.jpg



종교인 과세를 바라보는 교계 일각의 반발이 거세다. 


기획재정부가 통신비와 건강보험료, 이사비용까지 포함된 ‘종교계별 세부 과세기준안’을 각 종단에 발송하고 나서부터다. 


과세기준안을 받아든 일부 목회자는 “소득 종류가 뭐 이렇게 많으냐”며 “종교인 과세가 아닌 종교 말살 과정”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는 지난 10일 “제시한 항목 외 과세대상이 있다면 알려 달라”며 세부 과세기준안을 개신교·천주교·불교 등에 발송했다.


개신교 세부 과세기준안에는 생활비와 사례비 상여금 격려금 공과금 사택공과금 휴가비 특별격려금을 비롯해 이사비 건강관리비 등이 포함됐다.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지원받는 도서비 연구비 수양비 학자금 통신비 등과 자녀 보육비 일부, 월 20만원을 초과해 사용하는 본인 소유 차량 비용, 10만원 초과 식사 등도 과세 대상이다.


종교단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받는 부흥회 사례비와 다른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해외선교비 등도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종교인이 성도 또는 소속하지 않은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심방사례비와 주례비, 강의비 등은 과세 대상에서 빠졌다.


구체적인 과세 항목이 알려지자 교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종교인 과세 대책을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는 기재부에 지난 20일 제출한 검토안에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을 교회와 선교에 먼저 사용하는 종교인을 그렇지 않은 일반 근로자와 같이 보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종교인이 쓰는 돈 대부분이 과세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과세기준안에 따르면 목회활동비나 선교비, 전도심방비, 사역지원금과 수련회지원비는 종교단체를 위해 지출한 것으로 정산할 경우 과세에서 제외된다. 


다만 교계는 이를 증빙하는 과정에서 종교활동까지 세무조사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TF는 동일 소득에 서로 다른 과세 기준이 적용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종교단체가 부양가족이 없는 목사에게 월 200만원을 지급한다면 근로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1만9520원, 연간소득이 정해지지 않은 종교인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10만원, 연간소득이 정해진 종교인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1만6620원을 원천징수해 지급해야 한다. 


연간지급액 여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세율과 표준세액공제 때문이다(표 참고).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종교 관련 종사자가 종교단체로부터 종교의식을 집행해야만 종교인 과세 대상이 된다. 


법인격을 취득하지 못한 교회나 사찰 등과 종교의식을 집행하지 않는 종교인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법령상 용어의 모호함도 지적했다. TF는 “종교인의 정의가 무엇인지 규정이 없어 누구를 종교 관련 종사자로 볼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내 개신교계가 이단으로 규정했어도 과세 당국 시각에선 종교 종사자가 될 수 있어 향후 종교계 갈등으로 폭발할 소지도 있다.


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정서영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송태섭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상임회장, 권태진 TF 대표위원장 등은 26일 오전 ‘종교인소득 과세 한국교회 공동대책 TF 연석회의’를 갖고 현안을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세부 과세기준안에 실제 소득이 없는 것까지도 지나치게 세분돼 목사들이 너무 많은 소득이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종교활동 과세인지 종교인 과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종교 침해 요소가 많다”는 우려가 나왔다.


불교계는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을 보이면서도 노동법은 물론 4대 보험과 고용법,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을 함께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계 관계자는 “불교계에 비해 개신교계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기재부가 불교계에 발송한 세부 과세기준안에도 대부분 항목이 ‘사찰의 형편에 따라 추가로 지급한다’고 명시돼 개신교계만 옥죄는 인상을 준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14∼15일 기독교계를 방문하며 ‘백지상태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전에 세부 과세기준안이 준비돼 있었다”며 “목사들로부터 종교인 과세 유예 주장보다는 아예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특집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