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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전 목사



어떤 사람과 대화해 보면, 본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부터 시작해서 핵심 내용을 꺼내기까지 오랜 시간 뜸을 들입니다. 

예를 들면, 밀 하나를 가지고 와서 하는 말이 “이 밀로 말할 것 같으면, 1997년도에 충청도 부여 땅에 심었는데, 그게 자랄 때 농부 누구누구가 씨를 뿌렸고 거름을 어떻게 줬고…” 하며 수식어가 끝도 없습니다. 

그냥 쉽게 이것이 ‘밀’이라고 한마디만 하면 될 텐데, 그렇게 많은 수식어를 동원합니다.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밀 농사를 지으려고 일 년 동안 한 일을 차례대로 다 들먹입니다. 

이럴 때면 낭비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죄송하지만 본론부터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사정을 장황하게 늘어놓다가 정작 응답받아야 할 본론을 말하지 못하는 기도를 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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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아시고 나의 필요를 채우실 하나님께 응답을 구하는 일에 망설임 없이 믿음으로 아뢰되, 필요한 요점을 차례대로 아뢰면 됩니다.

의에 주린 자는 기도하길 망설이거나 남의 눈을 의식해 외식하거나, 한가하게 미사여구로 멋 부릴 여유가 없습니다. 

주린 자가 갈급하게 밥을 찾듯, 하나님 앞에 급하게 필요한 것을 구하면 됩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기도뿐 아니라 찬양, 감사, 충성, 전도 같은 신앙생활 모든 영역에서 언제나 사모함과 갈급함이 있습니다.

신앙생활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영적인 사람인지 육적인 사람인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영적인 사람은 육적인 사람에 비해 무엇이든지 주리고 목마른 자처럼 사모하기 때문입니다.주린 사람처럼 기도하고, 목마른 자가 물을 찾듯 충성하고, 예배 시간에도 앞자리에 앉아서 말씀마다 “아멘” 하며 은혜받고 주가 주실 생명을 자기 몫으로 삼습니다.

<연세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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