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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얼마 전에 이발을 하러 미장원을 갔는데, 머리를 자르시는 집사님이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어머님께서 90이 넘으셨는데 자꾸 치매인지 건망증인지 비슷한 현상이 오신다면서, 어머님을 모시고 비디오를 빌리러 갔다고 합니다.
비디오를 열심히 빌리고는 한참을 집으로 신나게 걸어 가다보니, 자동차를 비디오 가게 파킹 장에 세워놓고 걸어가고 있더랍니다.
다시 파킹 장으로 돌아가서 자동차 키를 넣고 문을 여니, 그 안에 웬 검은 물체가 있더랍니다.
깜작 놀라 물체를 바라보니 자신의 어머님이 차 안에서 “넌 날 두고 어디로 그렇게 걸어갔니?” 물으시더랍니다.
생각해 보니, 어머님에게 자동차에 잠시 계시라고 하고는 혼자서 비디오를 빌리러 갔다가 자동차도 어머님도 잊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는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필자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필자는 미장원에서 나와 우체국을 가면서도 그 생각이 나서 혼자서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우체국에서 한국에 소포 하나를 붙였습니다.
소포를 붙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조금 이상한 느낌이 갑자기 들어 우체국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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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우편물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니 주소가 반만 적혀 있었습니다.
그분의 어머님이나 머리를 자르시는 집사님이나 그 이야기를 들으며 웃던 필자 역시 요사이 건망증은 마찬가지입니다.
건망증은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돼 있는 내용이 쉽게 검색되지 못하고 일시적인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어서, 암기했던 것들이 서서히 기억에서 사라져 잘 생각나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가볍게는 지갑이나 자동차 열쇠 등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할 수 없는 것에서부터, 비가 와서 우산을 가지고 나갔다가 비가 그치면 우산을 어딘가에 두고 집에 들어가는 경우는 매우 흔히 발견되는 건망증입니다.
이와 유사한 건망증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건망증임에도 사람들은 두려워합니다.
그것은 노쇠의 증거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유난히 지난 일들을 잘 잊어버립니다. 필자 자신에게 아픔을 준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도 잘 잊어 먹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가슴 아픈 일도 섭섭한 일도 많이 있었지만 아직도 제 마음에는 이상할 정도로 미운 사람이 없습니다.
이 건망증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손해를 보아도 또 손해를 준 사람들을 믿고 사랑에 빠집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죄를, 동에서 서가 먼 것처럼 기억조차 하지 않으신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그분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가 건망증이 있는 것은 하나님의 유전적 증거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도 여러 가지 손해를 본 것도 오히려 감사합니다.
이런 점에 건망증도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비관적인 생각들, 패배의 기억들, 관계의 불편함들, 모두 건망증으로 잊어버립시다.
그 생각을 잊지 않으면 과거의 사람으로 살게 됩니다.
과거를 잘 기억하는 사람, 그것을 젊음이라고 생각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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