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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현순호 목사


얼굴의 이목 구비를 보고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까지도 점치는 운명론자 들이 많다 보니 남에게 좋게 보이려고 화장과 치장을 하기도 하지만 심하면 멀쩡한 얼굴을 몇번이고 뜯어고쳐 아침에 집을 나간 엄마가 져녁에 돌아올 때 아이들이 자기엄마를 몰라본다는 웃기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진짜 그사람을 알려면 뒤에서 봐야 한다.

어깨를 펴고 몸을 죄우로 흔들며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걷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힘 없이 걷는 이는 심신이 괴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참 모습은 뒤에서 봐야한다.

친구가 보낸 편지 에 "우리집 사람이 오늘 병원에 가는 날이라 늙고 병든 모습이 남들에게 추하게 보일까봐 이른 아침부터 머리를 만지고 얼마전에 딸이 사다준 새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금방 문을 나섰어. 

그런데 심한 관절로 제대로 걷지를 못해 손수레를 밀며 문을 나서는 뒷모습이 너무도 내 마음을 아프개해.

오래 살다보니 그럴수도 있지만 시집을 잘 못 와서 저렇게 망가졌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가난하고 능력없는 나와 결혼해서 처음 직장인  지방 학교의 선생의 아내로 출발해서 이곳에서 50여년을 살면서 세 자녀를 키워 시집 장가 보내느라 허리 펼날이 없었어.

내 기억으로는 옷 한벌 구두 한 컬레 내 손으로 사 준적이 없고 형제들이나 자녀들이 사다 준것으로 오늘까지 적당하게 살고 있어. 

종이 한장, 빈 병 하나라도 모아 몇푼 받아 용돈으로 쓰는 또순이야. 

그러기에  우리는 자녀에게나 국가에 손을 내밀지 않고 살지. 

근래는 내가 위 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 중이라 나 까지 돌봐주니 너무도 힘 들어해. 
현형 내 넉두리는 이만 해야겠어. 

아내가 병원과 약국을 들러서 돌아 올 시간이야. 

내가 버스 정류장에 나가 같이 들어오려고 해. 안녕"



그 분의 편지를 몇 번씩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 두딸을 학교 선생으로, 아들은 회사의 중역으로 잘 키웠고 제자 가운데는 극회의원도 있고 그 지역에서 존경받는 유지가 아닌가! 

십계명에서 보여준 모세의 뒷 모습; 태어난지 몇달만에 나일강에 내다 버려진 아기가 목욕하러 나왔던 공주에게 발견되어 그의 양자가 되고 또한 친 어머니가 유모로 궁전에 들어가 애를 키우는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인 모세는 다른 왕자들과 더불어 40년을 궁전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던 어느날 에굽인 감독이 노예생활을 하는 같은 동족인 이스라엘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때리는 것을 보고 격분해서 그 애굽인을 때려 죽였다. 

그 소식을 들은 바로왕이 분노해서 모세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모세는 살인 수배자가  되어 긍전을 급히  떠나야 했다. 

고개는 푹 숙여지고 어께를 축 쳐져서  힘없이 궁전을 떠나는 모세의 뒷모습을 스크린에 오래동안 보여 주었다. 

많은 아픔과 한을 안고  정처없이 궁전을 떠나는 모세의 뒷모습이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화려한 부귀 영화도 한시간에 물거품이 될수 있다는 것이다.

 내 어머님의 뒷모습; 나는 미국에 60년대 말,미국 학교에 와서  공부하고  미국 장로교회에 속한  한인 교회 들을 위해 오래 일했고 또한 문을  닫기로 결정한 교회를 잘 키워 재미있게 일하다 한국병에 걸려 한국에 나가게 되었다.

그 때 어머님은 반대 하셨다. 

더욱 외아들인 나를 보고 이곳에 왔는데 내가 떠나면 자신은 너무도 외롭다는 것이다. 

나는 몇번 한국에서 일할 좋은 기회를 자녀들 때문에 놓쳤는데 이 번에 놓치면 내 나이로 봐서 다시는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이 강했기에 한국으로 나갔다. 

정말 신이났다. 

매일 새 교인들이 몰려왔고 이년후에는 예배장소를 큰 곳으로 옮길정도로 성장했다.

그런데 미국에 계시는 어머니는 내가 떠나자 갑자기 쇠약해져 모든 의욕이 없어진다는 소식이다. 
나는 어머니를 한국에 초청했고 또한 같이 살자고 권했으나 딸이 있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 가시겠다고 해서 그렇게 해드리기로 했다. 

떠나는 날 비행기를 타려고 나가시면서 한 발짝 떼고 또 한 바짝 옮기고 뒤 돌아 보며 힘없이 걸어가던 뒷 모습은 지금도 내 마음을 아리게 한다. 

그 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뒷 모습이다. 

나는그 장면에  그 전에 있었던 또 다른 가슴 아픈  사연이 필름처럼 뒤섞여 돌아갔다 . 

내가 초등학교 1  학년 때 아버지의 심한 술 주정에  더 이상 참을수 없었던 어머니는 조카 딸이 사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집을 떠나는 어머니는 무거운 발을 옮겨놓을 때 마다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한 손은 보따리를 잡고 다른 한 손은 연상 눈물을 닦는다. 

그 때의 옛 모습이 중복되어 그 대로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을 수 밖에!!!

늙고  병든 아내의 뒷 모습이나, 모든 부귀 영화를 잃고 정처없이 궁전을 떠나는 모세의 뒷 모습이나, 사랑하는 아들을 두고  떠나는 어머니의 뒷 모습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하는 곳이나 사람 들이라도 해도 영원하지 못하다는점, 그리고 떠나는 분의  뒷 모습은 너무도 진지하고 진실하다는 것이다. 
훗날 나의 뒷 모습은 어떻게 비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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