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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서 목사

<방주선교교회>

 

저는 정확히 10년 전 오늘, 뉴욕에서 9/11 테러사건을 지켜보면서 교회의 한 청년 자매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 자매는 제가 섬기던 청년부에서 목자로 섬기면서, 중등부 주일학교 교사로, 주일 1부 예배 찬양대 대원으로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던 자매였기에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하였습니다.
병석에 누워계신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보는 소녀 가장으로 살아왔기에, 야간 대학을 다니면서 주간에는 사고를 당한 건물에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회사 동료 직원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항상 직원들보다 먼저 와서 직원들의 책상을 깨끗이 하고, 어떠한 심부름에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친절하게 감당하는 미소 천사였다고 합니다.
건물이 화염에 쌓여서 탈출이 불가능할 때까지, 다른 직원들을 부축하고 도와서 비상구를 통해 빠져 나가도록 돕다가 쓰러지기 전에, 교회로 걸었던 마지막 전화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청년들은 자매가 혹시 살아서 구조를 받지 않았을까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붙잡고 맨하탄의 모든 병원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나중에는 시신만이라도 찾으려고 한 달여를 넘게 찾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잿더미와 악취에 뒤덮여있던 뉴욕시는 실종된 가족을 찾아 절규하는 유족들의 처절한 모습과 함께 마치 눈앞에서 지옥의 장면들을 목도하는 듯 했습니다.
3,000여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 간 참사 앞에서 아무도 감히 위로의 말조차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시간들이 지나갔습니다.
희생자들의 추도예배와 유족들을 위한 자발적인 헌금, 구조 현장에서 희생된 소방대원들의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 모금 등으로 뉴욕과 온 나라는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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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여전히 힘들었고, 테러 위협은 그치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아픔은 아직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들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아픔을 나누면서 그 고통의 터널을 지나갔습니다.
그 해 성탄주일까지 뉴욕시의 교회들에서 예수님을 새로 영접한 사람들의 수가 3,000 명이 넘었다는 소식은 주님의 헤아릴 수 없는 긍휼과 섭리를 깨닫게 하였습니다. 
인생에서 육신의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습니다. 세상에서 이룩한 어떠한 업적이나 성공도 죽음 앞에서는 무의미하게만 여겨집니다.
죽음은 어떠한 힘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인생의 한계처럼 보입니다.
모든 과학과 의학은 죽음의 권세를 뛰어 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생명을 복제하고, 병든 장기를 대체해서라도 영원히 죽지 않으려합니다.
노화를 방지해서 젊음을 유지하기만 하면 건강한 생명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수명을 조금 연장시키는 성과는 거두고 있지만, 죽음의 벽 앞에서는 소용이 없음을 압니다.
9/11 테러보다도 더 큰 테러는 세상이 직면할 마지막 날의 심판입니다.
생존하는 모든 인류가 피할 수 없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고 영생의 길과 영벌의 길 중 한 곳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노아의 홍수에 대한 경고를 믿지 않던 세대들과 같이, 수많은 뉴요커들도 전 날 밤까지 여전히 먹고 마시고 파티를 하며 지내다가 참사를 겪고야 말았습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잠언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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