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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서 목사

<방주선교교회>

 

아내가 작년 4월 4일 부활주일 예배 후, 뇌출혈로 쓰러져서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은지 어느덧 일년이 지났습니다.
뇌동맥 혈관벽이 얇아져서 풍선같이 부풀어 있다가 파열되면서 출혈이 되는 소위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가 원인이었습니다.
1%의 생존확률 속에서 UCSF 대학병원을 한 달 만에 살아서 퇴원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기억도 되돌아오지 않았고, 30여 파운드나 체중이 감소한 상태로 휠체어에 의지하여 재활병원으로 이송되고 있었지만, 살아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기적같이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뇌질환 중환자들만 수용하는 중환자실에서 수술을 집도한 의사 선생님과, 선임 레지던트로 모든 수술과 치료의 과정에서 세밀하게 돌봐준 양이삭 형제, 병동의 모든 간호사들의 축하와 허그를 받으며, 일반병동으로 옮겨지면서부터 아내의 사실상 지독히 고통스러운 재활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뇌압을 떨어뜨리기 위해 꽂아두었던 튜브도 제거되고, 뇌절개 수술 자리의 스테이플도 뽑고, 양팔에 항시 혈관 주사를 맞기 위해 시술해 둔 catheter도 모두 빼어 줄 때, 아내는 마치 수갑을 차고 감옥에 묶여 있다가 풀려나는 사람처럼 기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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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근육을 상실해서 물컾 하나도 들어 올리지 못하는 사람을 침대에서 일으켜 부축을 해서라도 복도를 걷게 하고, 양치질을 시키며,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위한 처절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진통제와 각종 약물 투약을 줄여 나가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교우들이 정성껏 준비해온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먹여 보려는 전쟁을 매끼마다 치루어야 했습니다.
아내는 아내가 평소 가장 좋아했던 말씀인 빌립보서 4장 13절의 말씀을 읍조리며 지켜보기도 힘들었던 재활 치료의 과정들을 극복해 갔습니다.
제 귀에는 퇴원할 때 의사가 들려준 마지막 한 마디가 계속 귓가에 맴돌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아내는 동일한 병의 비슷한 상태(4등급)로 입원한 환자들 100명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았습니다.
이제부터의 싸움은 40%의 수술후 일년내 치사율을 이기고 살아야 합니다.” 저는 이 말을 아내가 많이 회복된 후에야 해 줄 수 있었습니다.
3개월 후 집도의를 만났을 때, 회복과정이 만족스럽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6개월 후, 한국에서 종합검진을 받고 뇌혈관 사진을 다시 찍어 보았을 때, 전문의들로부터 역시 긍정적인 진단 소견을 들었습니다.
살얼음판을 딛는 마음으로 지난 일년을 주님께 매달려 주님의 자비와 긍휼히 여기심에 호소하며 기도로 보냈습니다.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세계 각국의 교회와 성도님들의 기도의 힘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온 아내이기에, 기도 외에는 아내를 살릴 길이 없음을 깨닫고 정기적인 금식과 함께 기도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아내도 새벽제단에 다시 동참해서 함께 기도해 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순절과 고난주간, 부활주일은 저와 아내에게는 평생토록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추억의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4일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아내가 좋아하는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아내의 첫 번째 생일을 자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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