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순호-01.jpg

글: 현순호 목사
<S.V 노인선교회 회장>




자기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남의 것을 착취하는 거미 같은 인간이 있는가 하면 자기 책임을 충실히 잘 하는 개미같은 사람이 있고 자기 책임을 다 하고 덤으로 (엑스트라) 남들에게 봉사하는 벌 같은 사람도 있다는 파스칼의 말은 살아가면서 실감한다. 

세 번 째 캐타고리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살맛 나는데.

나는 미국에 오래 살다가 직장을 따라 한국에 나가서 살던 어느 날 저녁 과일 가게들이 많은 곳으로 갔다. 

백발이 성성하고  허리가 약간 굽은 노파를 보고는 이 가게에서 좀 팔아 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상상을 했다. 

한 평생 이 자리를 지키며 아들  딸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다 보니 젊은 세월 다 보냈겠지. 
이제는 쉴 만도 하지만 일손을 놓으면 할 일 없이 멍하니 앉아 있으면 더 빨리 늙고 아픈 데가 많아지고 공허해질 것을 염려 했겠지. 

돈이 있어도 써 볼 겨를이 없어서 못 쓰고 그러다가 그냥 남 줄 수도 없겠지 하면서 내가 원하는 사과 배 감을 손에 잪히는 대로 잔뜩 담고 흥정도 없이 돈을 건네고 돌아서는데 "아저씨" 하고 부른다. 

돌아서자 약간 상처가 난 사과 하나를 내 봉지에 넣어 준다. 

 현순호목사칼럼.JPG


나는 그만 뿅 갔다. 

내가 누군지  모르고 한 푼이라고 더 벌고 싶은 노파가 덤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 
공짜가 없는 세상에? 

내가 과일을 고를 줄도 모르니 어수룩 하게 보여 동정으로, 처음 보는 손님이라 단골을 삼으려고, 착하게 보여서, 하여간 그 후부터 나는 그 가게 단골 손님이 되었다. 

할머니는 갈 때 마다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 한 두 개 덤으로 넣어 주었다. 
그러나 남편되는 할아버지가 있을 때는 국물도 없다. 

그래서 허전하게 돌아섰다.

지금은 북 가주에 와서 살고있다. 

때때로 가까이 있는 간이 우체국에 가서 한국으로 소포를 부친다. 

그 곳에는 직원 한사람만 일을 하는데 그 분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를 하고 친절하다. 
나는 어느 날 문을 닫는 시간에 그 곳에 갔다. 

시간이 지났으니 내일 오세요 하면 끝난다. 

그런데 그는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하면서 내 소포를 받아 처리해 주었다. 
분명히 덤으로 (엑스트라) 나를 도와주었다. 

시간이 있기에 그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자기는 흑인이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열심히 우체국에서 30여 년 일하고 있으며 곧 은퇴를 한단다. 

건강하고 가족이 있고 손자 손녀가 잘 자라서 고맙고 가능 한 오는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해 섬기는 것이 삶의 보람이란다. 

덤이 차고 넘치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마치 흰 얼굴의 천사로 보였다.
유대인들은 추수할 때 한 모퉁이에 일부를 남겨 놓았고 과일을 딸 때도 한 쪽에는 따지 않고 놓아두었다. 

또 떨어진 이삭을 다시 줍지를 않았다

이유는 불쌍한 고아나 과부를 위해서, 그리고 또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해서다. 

그런 전통을 자라나는 자녀들에게도 같이 일하면서 행동으로 보여 주고 소외 된 사람들을 도우며 같이 사는 법을 습관화 시켰다. 우리는 좀 다른 교육을 받은 것 같다. 

생존 경쟁이 심한 곳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남 보다 잘해서 반장이나 일등을 하고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얻어 출세해라. 

그것이 부모나 친척에 보답하는 것으로 여기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도 적었다. 

현재도 서울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기업인들에게서 갈취해서 자녀나 친척의 이름으로 위장해서 숨겨 놓았던 돈을 찾아서 국고로 환수 하는 것을 보면서 온 국민은 일어나서 손뼉을 치고 있다. 

힘있고 권력 잡았을 때 대대로 먹고 살 돈을 왕창 갈취하는 풍토가 구석구석에 자라 잡고 있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다. 

한 코미디안의 말이 한국사회에는 비밀 장소가 세 곳있단다. 

즉 고사리 많이 나는 곳, 조개 많이 잡히는 곳, 그리고 전복 많이 따는 곳, 왜냐고요? 
많이 알려지면 그 곳에 씨를 말리니까! 

우리도 언제인가 카네기, 빌 케이츠 처럼 많이 벌어서 남들을 위해 많이 쓰는 분들이 나오기를 바란다.

천 번들어도 물리지 않는 선 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 포악한 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가진 돈 다 빼 았기고 길 가에 버려져

신음하고 있을 때 그 옆으로 학자, 종교인, 떵떵거리며 잘 사는 사람들이 그냥 도망치듯 달아났다. 그 때 세상에서 천대 받는

한 사마리아인은 그 참상을 보고 그 피해자를 희생적으로 도와 살린 것이다. 사마리아인은 선행을 해야 할 의무도 책임도 없다,

그는 최고의 덤으로 이 생을 산 사람이다. 

예수님은 누군가 오리를 가자고 하면 자원해서 십 리를 가고 꾸고저 하는 자에게 그냥 줘라고 하셨다.

오늘 내가 살아 있는 것도 누군가의 덤이 있었기 때문이기에 나도 남들에게 많은 덤을 주면서 살아야 할텐데.

<실리콘벨리노인선교 회장>

신앙/사모컬럼기사보기